‘I am 신뢰에요’로 알아보는 괴상한 영어 안 쓰는 방법
팁
작성자
임윤
작성일
2023-10-29 17:11
조회
627

의심의 여지 없이 올해의 유행어.
I am신뢰에요
미국교포 호소인이라고 하는 사람의 영어치고는 참 특이한데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쓰는 한국어는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동사가 먼저 나가고,
조사도 잘 쓰지 않으며
빈도수가 높은(쉬운) 명사는 비교적 정확하게 구사합니다.
저 카톡 내용만 보면 희한하게도 가장 쉬운 품사인 명사 위주로 갈아끼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기들이 처음 모국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명사입니다.
외국어도 빈도수 높은 명사부터 배우고 시작하죠.
I am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I trust you’를 한국어로 말하려 할 때 웬만해서는 나오기 어려운 표현입니다.
I am은 사실 ‘나는 ~ 이다’가 정확한데
전청조 씨는 ‘나는’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초등학교 막 들어간 아기들이 이런 현상을 보입니다.
같이 노래 불러주고 여러 번 반복하면 보통은 3학년 때쯤 be동사를 ‘동사’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한국인이 상태(존재)와 동작을 구별 못하는 건 아니고,
한국어는 상태동사와 동작동사가 하필이면 똑같이 생겨서 외국어로 작문할 때 의식해서 써야만 합니다. 당연히 머릿속으론 알고 있을 성인도 ‘I am...’이 먼저 나온 뒤에 다른 동사로 정정하는 일이 많습니다.
똑같이 영어울렁증 있는 한국인 교수님들이 대학 지침에 따라 영어로 강의할 때 귀기울여 들으시면 저런 현상이 있을 겁니다.
만약 진짜 미국교포였다면 어떤 식으로든 trust 동사가 먼저 나갔을 것이고, you가 생략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영어 원문이 I trust you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I am 신뢰에요’에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trust 동사가 신뢰라는 명사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선생님이 외우라고 한 영어 단어를 외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trust 정도면 중학생 필수 영단어에 들어갈 법한데
아마 영단어장에는 'trust = 신뢰하다(동), 신뢰(명)'라고 적혀 있었을 겁니다.
물론, 동사로도 명사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자꾸 쌀로 밥 짓는 소리해서 죄송), 공부하기 귀찮은 친구들은 다 까먹고 ‘trust=신뢰’까지만 외웁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채점할 때는 정답으로 쳐주니까요.
(중요한 얘깁니다)
학교 선생님이 저걸 정답으로 채점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학교에서는 ‘이거라도 배워야 니가 사회의 잉여새끼는 안 된다’
‘이거라도 배워야 니가 대학교 수업을 알아들을 것이다’를 가르치는 거니까요.
이후 공부는 본인이 해야 합니다.
의무교육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어요.
다시 I am 신뢰에요로 돌아와서...
아마 전청조 씨의 머릿속 한국어 원본은
‘믿어요’였을 겁니다.
이걸 그대로 영작(?)하려니 교포스럽지 않죠
나름대로 '나는 믿어요'로 변환한 뒤
자기가 아는 최대한의 영어적 요소를 끌어다 붙인 듯합니다.
그게 ‘I am’이었던 겁니다.
(신뢰에요는 영어적 요소를 넣으려다 실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next time도 교포치고 참 신기한 게
I will visit/see you next time.
이렇게 next time이 뒤에 나와야 하거든요
정확히 한국어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사람이 세 명이면 그 중에 내 스승이 있다’는 말은
이 사례에도 적용됩니다.
앞서 I am신뢰에요가 영어가 원어민인 사람들이 배운 한국어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영어에 있는 품사를 활용하지 않고 한국어 품사가 이상한 방식으로 유지되어 있어서’라고도 말씀드렸고요
다시 말하면 ‘영어에 없는 한국어 품사를 의식해서 번역’하면 한국어가 간결해지고 이해하기 쉽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제가 you 대신에 높임말을 쓰라(‘시’ 넣어서 번역)고 조언을 드리는 일이 많은데요
You need to configure the device.를 번역할 때
‘당신은 장치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보다는
‘장치를 설정하셔야 합니다’가 간결하면서 뜻도 그대로 이해된다는 겁니다.
높임말에는 청자와 화자를 명확히 분리하고, 청자를 높이는 기능이 있습니다.
you에 정확히 해당하는 한국어는 없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최근 10년간 입으로 ‘당신’을 소리내서 말해 보신 분 계신지...)
2인칭 단수명사라는 개념을 한국인이 모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명사 ‘당신’을 쓰지 않을 뿐이죠.
‘You look good’을 ‘얼굴이 활짝 핏네’나 ‘때깔 좋다’로 표현하거나, ‘요새 밥 잘 묵고 다니나 보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한국어에서 겉보기에 생략된 주어가 누구인지 화자와 청자 모두 정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의식적으로 활용하셔도 됩니다.
I have many unread books, too.를
‘또한, 나는 안 읽은 책이 많다.’보다는
‘나도 안 읽은 책이 많다’로 번역하면 원문 뜻은 그대로 전달되면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한국인이 영작할 때 관계대명사를 잘 쓰지 못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관계대명사가 뭔지 모르시는 분은 아마 거의 없을 텐데요
‘작년에 책을 솔찬히 샀는데 안 읽었다’를 영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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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실 테니까 그냥 말씀드림
I bought many books last year, but I didn't read.
라고 하신 분 있나요?
작년에(last year) 책을(books) 솔찬히(many) 샀는데(bought, but) 안 읽었다(didn't read)
어쨌든 뜻은 다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I bought many books last year, none of which has been read.
여기서 which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메일 등으로 소통할 때 의식적으로 한국어에 없는 품사를 쓰면, 아 쟤가 영어의 문장성분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 최소한 지가 받은 번역물에서 한국어에 없는 문장성분이라고 관사나 전치사를 빼놓고 번역하진 않겠구나 하는 늬낌을 줄 겁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이메일에 관사 단복수일치 대소문자만 갖춰 써도 과락은 면하는데, 맨날 과락나면 안된다는 얘기도 하기 싫고, 과락이 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지겹습니다. 면과락은 알아서 해 주세요.
이력서/번역은 성실하게 첨삭 중입니다만, 답변이 늦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 글로 첨삭 내용을 자세하게 보충해 드리려 한 것입니다. 다음번 이력서와 번역 수정하실 때 한국어에 없는 표현, 반대로 영어에 없는 표현을 머릿속에서 변환할 때 의식적으로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이것입니다.

I am 화장품이에요
잘 읽으셨으면 이번 기회에
20만원 상당의 병원 시술을 3만원대에 집에서 체험해보시는 기회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요새 결혼 예산도 시간도 딸려 장금이와 비교당할 운명을 목전에 두고
피부과도 못 다니고 있는데요
이걸로 잘 때우고 있습니다
한 박스 구매하실 때마다 정가 69000원 상당의 MTS도 함께 드린다는 점
두 박스 구매하시면 10% 할인 들어간다는 점
그래도 비싸시면 6개월 무이자 할부 가능하시다는 점
알아주시면 좋겠고
저 자가 뭔 약을 파는지 모르겠는데 뭘 믿고 사냐고 하시는 분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 환불해 드린다는 점도
알아주시면 좋겠다 요말입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immune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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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님 많이 뒷북이긴 한데요(현생이 너무 바빴읍니다) 심지어 저 I am "신뢰에요"가 "실례예요"의 맞춤법 오류(...)라고 하더라고요ㅠㅠㅋ 당신 친구가 있는 자리에 내가 동석하는 건 결례인 것 같다, 뭐 그런 맥락이라고 합니다 역시 사람은 대체적으로 하나만 하지 않네요...ㅎ
(뭐라 할 말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