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고인물의 밥줄은 끊기지 못한다

작성자
임윤
작성일
2023-03-29 23:59
조회
1955
세줄요약
최종 클라이언트: 더 많은 일! 더 빨리! 더 싸게!
번역회사: 셋 중에 둘만 고르십쇼
고인물 번역가: (이미 과로사)

영어 https://www.trados.com/download/translation-technology-insights-2023-report/21529/
한국어 https://www.trados.com/kr/download/translation-technology-insights-2023-report/215294/
이 보고서의 저작권은 RWS에 있습니다.

1. 번역 기술 인사이트 소개 및... 소개가 늦은 이유

번역 기술 인사이트(Translation Technology Insights)는 2016년, 2020년, 2023년 RWS에서 발간한 업계 동향 보고서입니다. 사실 이 보고서를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두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올해의 25%가 지나가기 전에 좀 무리해서라도 빨리 쌔워야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란 마감일과 즉각적인 불이익이 없으면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생물이니 두 달이 미뤄진 건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삽에 커스텀 몇번 붙였다 떼었다 하고 보니 업계 15년차가 넘은 저는 달력에 끄적여놓은 TTI 요약하기 과제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의지는 있었으나 당장 마감이 급한 번역일 하느라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자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꼭 전문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2. 조사대상과 고인물 번역가의 관점

보고서의 조사대상은 기업, 번역회사, 번역가입니다. 이 웹사이트에 방문하실 분들은 번역가 혹은 번역가 지망생일 가능성이 높고, 저 역시 번역가 집단에 가장 많이 속하므로 고인물 번역가 관점에서 보고서의 흥미로운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업과 번역회사는 매출로 보나 단어수 기준으로 보나 명백히 일이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온라인상의 일부 번역가는 기계번역 때문에 자기 일이 줄어들어(이하생략) 같은 얘기를 합니다. 저와 제 주변 고인물들은 남이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그 앞에서 과로사 얘기를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이전에 시간이 없어서(...) 그냥 말을 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저도 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당장 마감이 급해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3. 왜 고인물만 과로하는가?

이 사실과 그 이유가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6p에서 인용

신규 진입자와 고인물을 5년 기준으로 나누면, 2023년의 신규 진입자 비중은 늘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신규 진입자의 수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못박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이번에는 설문조사 홍보를 많이 해서 경력이 짧은 집단이 많이 응답한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하면서, 우리 설문조사 설계가 조금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까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인물이 계속 썩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최장 경력자가 대규모로 은퇴하는 지점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최장 경력자가 경력을 계속 쌓고 있을 뿐입니다.

보통 이렇게 말을 빙글빙글 돌려 할 때는 외부 링크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 인용된 https://www.proz.com/industry-report/2022 프로즈 보고서(2022)에 하고 싶은 말로 추정되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프로즈 유료 회원만 열람 가능합니다)

RWS 보고서가 (적어도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무시한 사실이 있습니다. 프로즈 2022 보고서뿐 아니라 각종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와 대량해고가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강제로 재택근무에 내몰리게 된 업계는 줌도 켤 줄 몰라서 업무생산성이 대폭 하락했는데, 번역업계는 원래 재택근무 하던 인간들이 집구석에서 차나 홀짝이며 다음 일이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One need only reflect back on the weekly news stories about teachers and politicians ill-prepared for work life over Zoom, for example. And while the remote work vs. in-person work debate rages on in the corporate world today, freelancers are sipping their coffee or tea while getting ready for the next job…
(Proz.com Industry Report 2022)

게다가 무급휴직이나 퇴사 등으로 수입이 줄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번역업계로 진입하였던 듯합니다. 그러나 번역회사는 희망을 품고 뉴비를 품었으나 아 이거 안되겠다 파일도 못 연다 하면서 원래 쓰던 고인물의 소중함만을 깨닫게 되고... 그 고인물한테만 일이 또 몰리는 악성 연쇄효과가 일어났던 겁니다.

그런데 프로즈는 이 사실을 여과없이 언급하는데 RWS는 신규진입자와 고인물의 비율이 변동한 이유는 일언반구 언급하려 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제 생각에 프로즈는 단순 번역가-번역회사-기업의 중개 웹사이트인 반면, RWS는 번역회사기도 하지만, CAT툴 시장점유율 1위인 트라도스를 비롯한 번역 기술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RWS는 신규 진입자가 꾸준히 늘어나야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꿈과 희망을 갖고 기술 번역 인사이트 보고서를 켜봤더니 초장부터 고인물만 돈 번다는 소리부터 나오면..... 안 그래도 컴퓨터로 파일도 못 여는 번역 꿈나무의 새싹을 짓이기게 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는 저의 의견이며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4.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어. 그런데....

하지만 보고서는 이어서 우리 업계는 일 진짜 많다, 숙련자는 적다, 신규 진입자라도 기술 있으면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곳이다. 그러니 ‘기술 배워!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어!’라는 진실을 통계로 입증합니다.
언어 업계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논의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한계에 달한 것 같습니다.
While talk of a talent shortage in the language industry is nothing new, it appears to have reached a boiling point.
The 2022 Nimdzi 100

이 보고서는 님지 100을 인용하고, 비숙련자를 ‘talent’에서 제외한 뒤 왜 있는 기술도 못 쓰냐며 이어서 팩트융단폭격을 날립니다.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9p에서 인용

기업과 번역회사(LSP)가 물량 증가를 겪었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의도적으로 신규 진입자와 고인물 두 집단으로 나눈 뒤 어느 집단에서 물량 증가가 이루어졌는지 숨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의도는 아마도 번역 새싹들을 꺾지 않기 위해서....?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13p에서 인용

왜냐면 바로 다음 여러 통계에서는 두 집단을 칼같이 나눠버리기 때문입니다 -_- 고인물이 되면 비용품질시간 그 어떤 것도 나를 쓰러뜨릴 수 없어!라고 답한 집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두 배가 되고, 품질을 고민하는 비율은 무려 절반으로 줄어버립니다. 이런 통계를 보여줄 수 있으면서 물량은 숨긴다니...

그리고 이어서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는다’는 말을 (또) 합니다. 컴퓨터 보조 번역(CAT), 인공 지능(AI) 기반 기계 번역(MT), 번역 관리 시스템(TMS) 등등을 활용하면 효율성 품질 일관성을 개선하여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어! 라고 말하는데 문제는 그 뒤 ‘새 인재 영입’ 단락입니다....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17p에서 인용

RWS는 번역 업계에 새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번역회사도 인재 영입이라는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취업시장에는 100-10-1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100개 기업에 서류를 넣으면 10개 통과하고 그중 1곳에 합격한다는 말이었는데..... (국가기록물로 들어가야 할 각) 요즘은 사람을 뽑는 곳이 없어서 서류를 100개 넣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특히 취준하다가 번역 시작한 분들은 서류통과율이 왜 이렇게 높냐며 놀랍니다. 멀쩡한 관사단복수일치대소문자라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춰도 잊고 있을 만하면 서류통과가 되니까요. 번역업계는 정말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새 인재 영입’ 문단의 내용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앞에서는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어’(실제 소제목: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 거두기)라고 했으면 Z세대는 기술 잘 활용하니까 괜찮아^^ 같은 통계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기술을 활용하여 일상생활, 업무 등의 과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집단이 10대-20대가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거나 하는 통계나 실험 말입니다.
오늘날 자신의 경력을 고려하는 청년들은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여 소속 업계가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합니다. 자동화와 AI를 활용하는 민첩하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일하고자 하며 어디서든 쉽게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들이 서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협업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 청년들의 희망사항이지 사실이 아니잖아요? 동사를 보세요. ‘받고 싶어합니다’ ‘바랍니다’ 같은 말을 왜 씁니까? 진짜로 기술 활용을 잘 하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합니다’ ‘협업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 중입니다’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동사를 써야죠.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어쩌다 이런... 보고서를 인용했나 싶어(심지어 Asana는 협업 애플리케이션 회사로 연구기관도 아님) 젊은 세대의 기술 활용능력이 실제로 뛰어나다는 증거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못 찾았습니다. 갖고 올만한 통계가 없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을 많이 붙잡고 있다는 통계는 상당히 많이 발견했는데.... 스마트폰으로 틱톡 5시간씩 보고 앉아있는 게 기술활용이 뛰어나다는 증거는 아니잖아요?

이어서 보고서는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5. 누가 공부 못하게 묶어놨냐?

보고서 22p에는 기술 성숙도가 높은 집단이 번역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있다고 응답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그 다음 23p인데....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23p에서 인용

1위가 ‘관련 교육이 충분하지 않음’이라는 응답인 걸 보고 뒷목 잡으셨을 관계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적어도 트라도스는 (메이저 애플리케이션인 워드/엑셀에 비해서도) 도움말이 아주 잘 갖추어진 소프트웨어입니다. 뭐 하다 모르면 F1 누르면 도움말 나옵니다. (그런데 전 F1을 포함한 F키들이 각각 무엇에 쓰이는지 모르는 분들을 실제로 많이 봐서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본 사용법은 유튜브에 RWS 공식계정이 친절하게 제작해서 올려놨고요.


(조회수가 4600회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잠시 묵념을...)

게다가 자격증 과정에 등록하면 심층 기능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자료까지 제공됩니다. 일부 과정은 심지어 무료입니다. 이제는 누가 공부 못하게 묶어놨냐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데...

(이하는 개인적으로 웃겼던 거)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23p에서 인용

복수 응답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설문조사에 응답할 시간이 있었으면 분명 새 기능에 한표 던졌을 것입니다... 전 항상 적일많버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찾아다님...

소개하고 싶은 신기능이나 플러그인이 많은데 또 시간 짜내서 써 보겠습니다......
HailieHailieKK초록문어초록문어민트색민트색진유진유kamuuui03kamuuui03다정한별다정한별리틀포레스트리틀포레스트히비스커스티히비스커스티chatte(람주)chatte(람주)아이킨야아이킨야PlumeriaPlumeria김리나김리나호미호미YeonYeonchocho유리양파유리양파번역으로지옥탈출번역으로지옥탈출qnqnqndqnqnqndprettypretty동그라미동그라미아뷔가일아뷔가일appleapple신모모신모모별빛별빛떠브유떠브유유진유진SPSP구스 집사구스 집사뚜뚜뚜뚜MarinaMarina에스더에스더minibearminibear적일많많벌적일많많벌
전체 1

  • 2023-03-30 05:06

    "it appears to have reached a boiling point."라는 문장에서 거의 절규에 가까운 음성이 들리는 기분입니다.


세줄요약 최종 클라이언트: 더 많은 일! 더 빨리! 더 싸게! 번역회사: 셋 중에 둘만 고르십쇼 고인물 번역가: (이미 과로사) 영어 https://www.trados.com/download/translation-technology-insights-2023-report/21529/ 한국어 https://www.trados.com/kr/download/translation-technology-insights-2023-report/215294/ 이 보고서의 저작권은 RWS에 있습니다. 1. 번역 기술 인사이트 소개 및... 소개가 늦은 이유 번역 기술 인사이트(Translation Technology Insights)는 2016년, 2020년, 2023년 RWS에서 발간한 업계 동향 보고서입니다. 사실 이 보고서를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두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올해의 25%가 지나가기 전에 좀 무리해서라도 빨리 쌔워야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란 마감일과 즉각적인 불이익이 없으면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생물이니 두 달이 미뤄진 건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삽에 커스텀 몇번 붙였다 떼었다 하고 보니 업계 15년차가 넘은 저는 달력에 끄적여놓은 TTI 요약하기 과제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의지는 있었으나 당장 마감이 급한 번역일 하느라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자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꼭 전문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2. 조사대상과 고인물 번역가의 관점 보고서의 조사대상은 기업, 번역회사, 번역가입니다. 이 웹사이트에 방문하실 분들은 번역가 혹은 번역가 지망생일 가능성이 높고, 저 역시 번역가 집단에 가장 많이 속하므로 고인물 번역가 관점에서 보고서의 흥미로운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업과 번역회사는 매출로 보나 단어수 기준으로 보나 명백히 일이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온라인상의 일부 번역가는 기계번역 때문에 자기 일이 줄어들어(이하생략) 같은 얘기를 합니다. 저와 제 주변...
임윤 2023.03.29 추천 41 조회 1955
별 팁은 아니지만 한 분이라도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일하기 싫다'는 마음이 든다고 해서 내가 잘못됐다, 게으르다, 글러먹은 인간이다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면 인간은 원래 노동을 하기 싫도록 설계된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노동을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저지른 짓으로는 대강 전쟁, 노예제, 신분제 등이 있습니다. 저는  전쟁을 일으킬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니 기술을 쓰겠습니다. 일은 어차피 하기 싫으니까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단계를 최대한 짧게 설정할 것입니다. 트라도스 옵션 - 편집기 - 시작에서 '이전에 편집한 문서를 자동으로 다시 열기'를 선택합니다. 프로젝트 목록에서 골라서 파일을 더블클릭하는 지난한 과정이 생략되고 작업 중이던 파일이 바로 열립니다. 이것으로 충분한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그렇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전원을 누르면 트라도스가 실행되어 있게 만들어 봅시다. 윈도우+R을 눌러 실행 창을 열고 shell:startup을 입력합니다. 시작 프로그램 폴더가 열립니다. 여기에 트라도스 2022 바로가기를 넣습니다. 재부팅하시면 트라도스가 알아서 켜져서 작업하던 파일을 띄워놓고 커서가 껌뻑대고 있을 겁니다. 참고로 메모큐나 웹 CAT툴 바로가기도 넣을 수 있습니다. 덜 괴롭게 노동하시길 바랍니다.  
임윤 2023.03.16 추천 42 조회 2032
https://www.youtube.com/watch?v=4zpXBs_IGns ‘부족한 실력으로 열심히 일하면 회사와 국가를 망하게 한다.’ 당장 먹이라도 갈아서 메이크업 브러시라도 들고 궁서체로 써놓고 싶은 명언입니다. 출처를 찾아보니 명언을 하실만한 분이 너무나도 이른 시점에 하셨더라고요. 맥락까지 읽고 나면 더욱 놀랍습니다. 기존의 아날로그방식 또는 오프라인 기업의 경영방법과는 확연히 다른 지식중심의 기업에서 느끼는 직원들의 평가방법과 인재관리에 대한 표현을 나는 1990년에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부족한 실력으로 열심히 일하면 회사와 국가를 망하게 한다.” 당시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었으며, 심지어 쓰레기수거를 알리는 차량에도 새마을 노래를 틀어주던 시기였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열심히 일해 잘 살아보자고 할 때 전혀 다른 뜻의 주장이 된 것이다. 제조업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이 잘 만드는 직원에 비하여 생산량의 차이가 있다면, 보수를 그만큼만 적게 주면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생산된 수량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판매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식중심 기업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두 직원의 경우를 살펴보면, A라는 직원은 하루에 1000라인의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B라는 직원은 하루에 10000라인의 프로그램을 작성했다면, B라는 직원은 10배나 많은 작업량을 이루려면, 점심시간을 줄이고, 퇴근시간을 넘겨 오버타임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휴일에도 열심히 근무를 해야만 해야 될 것이다. 오프라인 기업은 이 직원의 성실성에 대단히 만족하고 그에 따른 오버타임이나 휴일근무 수당까지 지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소스 코드에 접근을 해보면 object 개념이나 모듈을 이용해서 코딩을 해도 될 일을 지식이나 정보가...
시무10조 영어개혁안 임윤 2023.01.05 추천 36 조회 3349
산업번역혁명 대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번역일 지옥입니다. 저만 혼자 죽을 수는 없지요. 주택시장, 노동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원론, 기본이 중요한 시대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바로 수요와 공급 이론이지요. 연휴는 단기적으로 번역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자가 적은 시기입니다. 기업들은 연휴를 맞아 매출을 올리려고 온갖 광고를 뿌려대고 홍보 행사를 엽니다. 이때 남들 논다고 같이 놀면 정말로 영원히 놀게 됩니다. 어차피 프리랜서 번역가는 남들 눈에는 백수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굳이 남들한테 소득 알려봤자 영끌하다 망한 자에게 돈 빌려달라는 소리나 듣고, 부모님이 아시면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니 정성을 들여 백수 코스프레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산업번역가는 번역 실력 자체가 떨어지더라도 각종 잡기로 연명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가용성을 높이는 방법, 다시 말해 연락을 잘 하는 것입니다. 남들 놀 때 일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모자란 번역실력을 때우는 것이지요. 한 번이라도 연락했던 번역 에이전시가 있습니까? 샘플테스트에 떨어진 에이전시라도 이번에는 밑져야 본전이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단, 장렬하게 망한 뒤 실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면 이 방법 자체를 시도하지 마시고, 공부하십시오). 번역 에이전시 대표 메일 및 개별 PM 이메일을 모두 정리합니다. bcc(숨은 참조)에 이 이메일을 모두 넣습니다. 숨은 참조로 이메일을 전송하면 수신자가 자신 이외의 다른 수신자의 이메일을 알 수 없습니다. 제목은 항상 용건을 요약해야 합니다. Hello 같은 것만 쓰시면 스팸함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I...
임윤 2022.12.22 추천 25 조회 2572
시무10조 영어개혁안 1. 부족한 실력으로 열심히 일하면 회사와 국가를 망하게 한다 2. 남의 돈으로 공부하면 안 된다 3. 객관식 점수와 수입은 무관하다 4. 영한번역과 한영번역은 종이의 양면과 같다 5. 기계 뒤에 사람 있다 6. 나의 무식을 알리지 마라 7. 누가, 왜, 누구에게 쓰는 글인지 모르면 광역차단의 길로 들어선다 8. 관사, 단복수일치, 대소문자를 틀리면 역시 광역차단의 길로 들어선다 9.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 10. 항상 검색하라 쉬지 말고 검색하라 범사에 검색하라 서기 2022년 12월 5일 임윤이 대원님 및 예비대원님께 시급한 영어개혁안을 10조로 정리하여 올리자, 억대 연봉을 버는 대원님들은 저 당연한 말을 왜 써서 데이터를 낭비하냐 말하며, 본업으로 돌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임윤입니다. 5년 동안 축적된 대원님의 이력서, 예제, 샘플테스트를 전수 조사하였습니다. A4로 출력하면 화물차가 필요할 분량이었고, 오류의 형태, 원인, 효과적인 교정 방법을 파악하였습니다. 각 조는 단순히 문제제기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제 미래의 제가 키보드만 눌러 글로 쓰면 됩니다. 참 쉽죠? ..... 저 10조를 보고 ‘이거 내 얘긴 것 같다, 나도 문제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고칠 방법을 몰랐다!’라고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제 분석이 적절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사실 틈만 나면 유튜브나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로 떠들어댔던 내용입니다. 관사단복수일치대소문자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주신 문제 또 틀렸네요 반성하고 성문기초 펴러 갑니다’라는 멘션과 페잉 이상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제...
시무10조 영어개혁안 임윤 2022.12.05 추천 26 조회 5099
몇 년 전 트라도스 로드쇼에 참석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담당자가 저희 제품은 이런 물건입니다~ 소개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이었죠. 당시 저만한 딸이 있을 법한 아재 여럿이 그래서 자동번역은 어떻게 하며, 구글 번역이랑 이게 다른 게 무엇이며, 아까 보니까 아래아 한글처럼 사람이 직접 입력하던데 트라도스가 왜 필요하며 등등을 질문하셨습니다. 직원은 유효고객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표정근 하나 안 변하고 저희 책자 보시면 됩니다 하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프로는 다름) 저는 트라도스 제작사 RWS와 연관이 없...지는 않고, 트라도스 라이선스가 하나 더 팔리든가 말든가 제 인생에는 한 푼 들어오는 것 없는 자입니다. 하지만 동종상품인 컴퓨터 보조번역 도구(computer aided translation tool, CAT툴) 중 한국어 번역가에게 제일 좋은 물건임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자 고개를 들어 워드패스트를 보라. 오늘은 그 좋은 트라도스에서 몰라서 못 쓰시는 기능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개인 번역 메모리에 번역 유닛이 1천 개 이상 있는 분들, 트라도스 패키지 등으로 받은 번역 메모리에 번역 유닛이 몇십만 개씩 들어있는 분들은 이 글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번역가가 되고 싶은데 기계번역 때문에 번역가가 사라지면 어떡하죠?라고 생각하시는 분께서는 Ctrl+W를 눌러 주십시오. 기계 뒤에 사람 있습니다. 다음 문장을 트라도스와 번역 메모리의 도움을 받아 번역할 겁니다. 만약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신다면 역시 Ctrl+W를 눌러 주십시오. Cookies are small text files placed on your device to store...
CAT툴 임윤 2022.10.17 추천 49 조회 4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