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소싱으로 번역해본 이야기

안녕하세요? 프로즈 가입 연수만 2년이 넘어갔을 뿐, 아직 입문 단계입니다.

최근에 샘플 테스트에 통과한 회사가 크라우드소싱(?)으로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해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https://rebtion.net/board/?mod=document&uid=9464

먼저 이 글에 대장님이 길게 댓글을 다신 것도 참고해 주세요..

 

여기 계신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작업 의뢰를 받고 어떤 툴로 작업해서 어떻게 납품하고 계신가요?

저의 짧은 경험으로는 PM이든 VM/RM으로부터 작업에 대한 소개 또는 PO를 받고, 수락/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오늘 얘기하려는 이 회사는 온라인 캣툴인 Smartling과 Phrase로 일을 주는데, 그 중에서도 Smartling의 업무 방식이 독특합니다.

PM이 저를 포함 세 명으로 이루어진 영한 번역팀에 Smartling에서 번역 및 리뷰가 가능한 작업의 링크를 알려줍니다.

그러면 이 팀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같은 동시에 같은 작업에 접속해서

경쟁적으로 스트링(=트라도스의 '세그먼트')을 선점해서(?) 확정하고 제출을 클릭해 버립니다.

그럼 제가 첫 두어 스트링을 더듬더듬 번역하고 확정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작업이 제출되어 버리고,

제 번역에 오역을 발견해도 수정할 수조차 없습니다.

즉 제가 번역한 부분을 미처 점검하지도 못했는데 타의에 의해 업무가 종료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한편, 앞서 '번역 및 리뷰'라고 했듯이, 이 회사의 Smartling 작업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경험상 '번역' 단계는 이 영한팀원 전원이 경쟁적으로 달려드는데, '리뷰'는 인기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번역 단가는 약간 높고, 리뷰 단가는 약간 낮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루는 운 좋게 남아 있는 리뷰 작업 하나를 온전히 제 호흡대로 작업해서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명 누군가 번역을 한 것인데 글로서리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플레이스홀더 처리에 문제가 있는 스트링이 적지 않았습니다.

QA를 돌리기만 해도 수정할 수 있는 것들이 수정되지 않은 채였습니다.

과연, 위의 링크에서 대장님 댓글처럼, 이 프로젝트는 TM 관리나 용어 정비도 안 되는 부류인 듯했고,

작업자들은 온라인 캣툴의 불완전한 기계 번역을 경쟁적으로 확정해 버린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파악하느라 PM과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저는 PM에게 "나는 Smartling이 한글에 대해서는 너무 비생산적인 툴이라, 이 툴을 사용한 프로젝트는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도 분명 사실이기는 한데, 제가 한 번역조차 검토하고 제출할 수 없는 업무 조건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다행히(?) 친절한 PM은 저를 내치지 않았는데, 저는 이 에이전시와 저의 인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결과가 두렵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이 회사의 프로젝트 내용이 좋습니다.

무슨 소프트웨어의 사용 설명이라, 마케팅의 수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탈락한 샘플테스트의 채점 결과를 보니, 제 번역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데 쓸 만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번역 품질은 평균인데, 계약은 어렵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오늘은 또 오늘의 이력서를 돌리러 가봐야겠습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며 근골격계는 부드러우시기를 빌며 이만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BC 호미 호미 · 2024-01-23 13:04 · 조회 481
전체 2

  • 2024-01-31 13:00

    앗 저도 이번에 이력서 낸 회사에서 Smartling을 사용한다고 그래서 찾아보는 중이었는데 이런 문제가 있군요ㅜ 이력서 돌리기도 얼마 안된 상태여서 확정된 것도 아는 것도 없는데 이런 정보 너무 감사드립니다.


    • 2024-01-31 19:54

      댓글 알림이 안 와서 이제 댓글을 읽었어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Smartling으로 일하는 회사 중에 크라우드소싱으로 일 주는 회사는 본문에서 읍소한 내용 때문에 정말 비추고요... Smartling이더라도 초반에 경력 쌓는다는 마음이 정말정말 크다면 마감이 너무 촉박하지 않은 일 위주로 받으시면서 한두 번은 경험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기기괴괴한 오류가 많아서 작업 시간이 배로 듭니다. 그래서 촉박한 마감은 안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Smartling은 제가 겪어 본 다른 온라인 CAT인 SmartCat에 비해서도 훨씬 오류가 심각했습니다. 자음글자와 모음글자를 모아쓰기하는 한글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산번혁에서 온라인 CAT에 대한 혹평은 자자한지라 가급적 트라도스나 메모큐로 일 주는 곳을 만나는 게 베스트죠. 그런데 저는 트라도스 일을 꾸준히 주는 회사를 아직 못 만났습니다.. 이력서 열심히 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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