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사이트 글 재업) 한국 번역회사 생존기 2 - 번역회사 적응자의 잡담

안녕하십니까 대원 여러분, 번역회사에 제 발로 들어가 구르고 있는 대원입니다. 오늘은 징징글은 아니고 잡담을 하러 왔어요.

아직 새로운 근무 환경과 새 프로젝트에 적응하지 못해 거의 매일 추가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쥬글 것 같습니다만 프리랜서에게 퇴근이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차라리 월급 받고 추가 근무 하다 퇴근하고 널부러져 있는 것이 낫다며 정신 승리하고 있습니다. 9시간 일을 하면(그리고 그 시간에 은근히 딴짓을 해도) 착착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을 아직 뿌리칠 수 없는 저는 자본주의의 바퀴벌레라기보다 회사의 개네요. 아직 번역충 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다닌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을까요? 회사에 월급 루팡 뿐만 아니라 간식 루팡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간식을 두는데, 직원 수에 비하면 양이 무척 적어서 출근 시간에 비치하면 1시간 이내로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그깟 과자가 뭐라고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나도 먹고 싶어! 하지만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ssg 집어가기는 너무 뭐해!
그런 루팡이 회사에 산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니 자기 얘기냐고 뜨끔해하는 친구가 있었읍니다. 소확횡이라며 하나씩 자기가 실천한(...) 또는 목격한 루팡을 얘기하는데 정말 루팡의 세계는 다양하더군요. 간식 루팡, 티백 루팡, 볼펜 루팡, 에이포용지 루팡, 복사와 프린트는 무조건 컬러 프린트로 회사에서, 핸드폰 충전도 회사에서... 아니 이 사람들앜ㅋㅋㅋㅋ

그리고 월급 루팡까지는 아니지만, 1세계 사람들이 번역을 하면서 얼마나 꿀을 빠는지를 목격을 하면서 왜 나는 헬조에 태어났을가 광광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그 광광을 들어보고 가겠습니다.
야 니네는 게르만/로망스 어군이라 단어도 죄다 비슷비슷하면서 단어당 0.04 달러 받는게 낮다고 자게에서 '아시아 사람들이 자기들 단가 후려쳐서 기본 요율 낮아졌다'고 뭐라고 하냐!!! Event를 Evento라고 번역하면 되는 것들이! 한국어는 수요도 적단 말이야! 너네처럼 하다간 한국어 버녁가 다 굶어죽음!

특히 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리소스인 1세계 번역가들은 명절에 잘만 쉽니다(...) '이 자식들 돈을 벌 자세가 안 됐는데?'라고 내 안의 유교맨인지 실미도 유령인지 알 수 없는 자아가 막 광광대고 있는데 솔직히 부럽습니다. 많이 부럽습니다.
저희는 회사원이지만 번역가와 해외 고객사의 일정에 맞춰야 하므로 잘못하면 명절에도 일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데요(짠 월급 받고 업무시간 고정돼있으며 출퇴근한다는 것 빼고는 프리랑 다를게 뭐가 있나 싶음), 오히려 프리랜서 번역가면서 명절에 쉬다니 광광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중국은 춘절 중요하게 생각한다더니 정말 길게 쉬더라구요. 한국이랑 똑같이 쉬기 시작해서 올해는 2월 10일까지 쉼. 이걸 어떻게 알게 됐냐면 중국인 번역가가 '이 날부터 이 날까지 휴가라서 일 못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내서, 회사 달력을 보니 각국의 휴일이 표시돼있고요. 참... 한국 빼고 다 쉬는 날이 왜 이리 많고 기간은 긴지. 뭔 죄로 헬조에 태어났나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미도는 그런 거 없져. 저와 함께 설 명절에 키보드를 두드려 보아요. 이번 설은 쉴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저도 재수 없으면 회사로 다시 소환됩니다. 흐흐흑

참, 요즘 '트라도스 다룰 줄 알고 버녁이랑 리뷰 경험이 있는 버녁가인데 자기들 리소스에 이런 사람은 없었다'며(아니 전세계 번역가/회사 다 등록된 부분인지?) 자꾸만 '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이지'스러운 말을 하는데 저는 속으로 실미도요 함ㅋㅋㅋ
대장님은 실미도를 차렸더니 실미 유치원 실미 산부인과(...) 다 됐다고 하지만 주요 리소스라는 번역가들이 자리잡고 번역과 리뷰를 빻아서 오는 모습을 보면, 역시 실미유치원 수준 됐다지만(저도 유치원일 때 대원 된 사람...) 실미도라 강하게 크는구나 싶읍니다. 저 정도로 빻아도 주요 리소스로 쓰일 수 있구나! 경력도 경력이지만 역시 연락 잘 되고 납품 제시간에 잘 하는게 우선이구나!를 체감하고 있어요. 일이 급하면 저 정도 버녁가도 써주는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이 생겼읍니다ㅋㅋㅋ

잡담이 길었네요. 설 명절동안도 일 많이 들어와 들숨 날숨마다 돈 많이 버십셔 이만 총총...
번역가 beyond beyond · 2019-04-10 09:59 · 조회 3993
전체 1

  • 2019-12-16 12:35

    재밌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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