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담입니다.

작은 호떡을 하나 굽고 월욜 마감인 쬐끔 더 큰 호떡을 받았으나 이번 주 내내 열심히 달렸으니 오늘은 자체 퇴근을 하고 잠시 멍 때리고 있습니다. 이참에 번역 일을 하면서 느꼈던 소소한 잡담을 하나씩 풀어 보려고 합니다.

 
  1. 한국에는 연예인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번역들은 단어 자체가 어려워서 고민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뮨님이 말씀하시던 중학생 영어 수준인데 바로 한글로 답이 안 나오는 그런 애들이라(….) 일단 읽어 보고 이걸 어케 풀어야하지 감이 전혀 안 잡히면 저는 네이버 사전을 켜서 그 단어 의미를 다시 훑어 봅니다. 내가 모르는 의미가 있나, 더 나은 표현이 있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90% 확률로 해당 영어 단어를 그룹 명 혹은 자신의 예명으로 한 연예인들이 검색됩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고 이름인 것으로 보아 잘 나가는 A급은 아니고 그냥 저냥 데뷔는 했는데 사라져 간 그런 사람들이죠. 아이고 데뷔는 했는데 이렇게 묻히면 이 사람들은 다들 뭘 하고 살고 있을까. 밥은 먹고 다닐까 이런 상념이 스쳐 지나가지만 곧 인형 눈알 붙이는 주제에 누가 누굴 걱정하냐 니 일이나 해. 이러고 다시 번역으로 돌아갑니다.

 
  1. 노동요는 뭘 선택하던지 가사가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일 하기 싫으면 쿵짝쿵짝 노동요를 틀어놓고 작업하신다는 분들 글 읽으면 정말 신기합니다. 가사가 들리는데 집중이 되시나요? 저는 안 됩니다. -_-; 가사 있는 음악을 듣고 했던 유일한 작업은 작년 초 3만 단어 넘는 발 번역 리뷰 작업이었습니다. 이건 그냥 읽다 보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사 노래가 그나마 뛰쳐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더군요. 그 외에는 노래를 틀어 놓으면 번역 하다 나도 모르게 가사에 귀를 쫑긋대니 요즘 제 노동 음악은 그냥 자연의 소리입니다. 한동안은 새소리를 틀어 놓다가 요새는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켜 놓습니다. 혹시 가사를 이해해서 그런 건가 싶어서 가사를 절대 알 길이 없는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왜 하필 이걸 선택했냐면 마침 번역하던 원문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소장했던 브로치 이야기가 나와서요. -_-)를 켰는데 그것도 집중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하여간 저는 가사가 있으면 안 되는 걸로…

 
  1.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라고 제 몸뚱아리가 외칩니다. 원래도 소화를 잘 시키고 에너지가 넘쳐나던 몸은 아니었는데(….) 이게 번역 한다고 책상 앞에만 붙어 있으니 더 심해졌습니다. 근데 보통 사람처럼 일하면 소화가 안 되고 잠을 못 자고 이런 게 아니고(-_-) 일을 한다고 긴장을 하고 있으면, 머리가 돌아가야 하니 에너지 소모가 되니 소화가 그럭저럭 되고 하루 내내 머리를 혹사 시키면 저녁엔 녹초가 되어서 조금 자던 덜 자던 하여간 잠은 자는데. 문제는 일이 좀 적거나 그래서 오후 일찍 여유가 생기거나 드물게 하루가 통째로 비는 날입니다. 그런 날은 뭘 먹어도 소화가 안 됩니다. 어제도 오후에 조금 여유가 생겨 불막창(냉동 식품)을 사와서 신나게 소주랑 먹었더니 어디 저녁에 일도 안 해놓고 그 따위 기름진 음식을 먹냐고 위장에서 음식이 안 내려가서 새벽 다섯 시까지 자는 것도 아니고 안 자는 것도 아니고 뜬 눈으로 샜습니다.

 
  1. 층간 소음은 괴롭습니다.
층간 소음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 것이 저는 단독 주택에서 식구랑 같이 삽니다. 그런데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 집에서 소리 높여 뭐라 뭐라 하면 다 들립니다. 특히 제 방은 창문이 마당을 향해 있는데 맞은 편 집에서 하는 생활 소음이 다 들려서 매우 괴롭습니다. 출퇴근할 때는 몰랐는데 맞은 편 집 애가 참 시끄럽더군요. (…..) 애는 애대로 엄마 관심을 끌고자 악을 써대고 엄마는 엄마대로 육아 스트레스에 정줄 놓고 같이 악을 씁니다. 악 쓰는 소리가 안 들리면 이번엔 애 엄마가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승화시켜 보고자 요상한 음악을 틀어 댑니다. ‘칠갑산’ 노래를 틀어놓고 홀어머니가 시집가는 그 날이 어쩌고 가사가 구성지게 흐르면 그냥 같이 울고 싶어집니다. 가끔은 종교의 힘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풀어 보고자 그러는지 스님 염불까지 틀어 대더군요. 그렇다고 항의하기도 애매한 것이 낮 시간에 자기 집에서 음악 좀 틀 수 있지 집에서 일하는 사람 있다고 뭐라 하기도 그렇죠. (…..)

 

글을 쓰고 나면 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 집니다. (…) 대구는 벌써 한 여름을 연상케 하는 더운 날씨라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겁이 나지만 출퇴근을 안 하니 에어컨으로 어케 어케 버텨 낼 것 같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ABC blueundine blueundine · 2019-05-17 16:39 · 조회 2203
전체 17

  • 2019-05-17 17:39

    저도 호떡 주문이 몇 개 들어와 급한것만 구워놓고 맥주 한 캔 까며 자체 퇴근하였습니다. 올해 2월에 대구로 이사 왔는데, 30년 넘게 서울에서만 살다와서 적응을 못할 줄 알았는데... 집에서 안 나가니 별 차이가 없더군요;; 집에 인터넷 되고 택배 오고, 집 앞에 네캔만원 살 편의점만 있으면 되는 거 같습니다 흐흐. 대구 사신다고 하니 괜히 반가워서 주절거려봤습니다!


    • 2019-05-17 21:01

      어머 쿠루미님 대구 사시는군요 +_+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살만하답니다. 일자리도 없고 월급도 저렴하고 날씨도 ㅈㄹ같은데 정작 저는 여기서 대학까지 나와서 여기가 편하답니다.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번 올라가면 매번 혼이 날아가는 기분이라 어서 내려가야지 다짐하게 되요 ㅋㅋㅋㅋ 대프리카 어쩌고 하지만 우린 프리랜서니까 상관 없죠 ㅋㅋㅋ 저도 괜히 반갑네요


  • 2019-05-17 20:59

    층간 소음 부분 동의합니다. 낮에 자기 집에서 음악 좀 들을 수도 있고 자라나는 미래의 꿈나무들이 꺄르르 쿵쾅쿵쾅 거릴 수도 있죠.(비꼬는 거 아님)
    다만 제가 집에서 일을 할뿐...


    • 2019-05-17 21:04

      맞아요! 듣기 싫다고 층간 소음이라고 열내면 친구는 '신고 넣어' 이러는데 신고 넣기 너무 애매한 시간대인거에요. 다들 밤에는 조용하거든요. ㅠ.ㅠ 다만 제가 집에서 일을 할 뿐이라 조용히 배경 음악을 키우고 눈물을 삼킵니다.ㅠ.ㅠ


      • 2019-05-17 21:15

        최악은 애매한 시간대(저녁 8시라든가)에 못 치는 피아노 실력으로 같은 곡을 반복해서 치면서 같은 곳을 반복해서 틀리는 것입니다...


        • 2019-05-17 21:24

          피아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상상해 보니 같이 빡치고요. (.....) 하여간 생활 소음 느무 싫어요.ㅠ.ㅠ


        • 2019-05-17 21:57

          아.. 그게 또 아는 곡이면 더 미치지 않나요? 저는 참다참다 벽을 친 적도 있어요. ㅋㅋ


          • 2019-05-17 21:59

            아는 곡까지 포함하면 너무 잔인할 것 같아서 뺐는데, 역시 사람은 다 똑같군요ㅋㅋㅋㅋㅋ
            아는 곡이면 따라서 흥얼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꾸 틀리면 넘어가질 못 하니까 답답함이 배가되죠ㅋㅋㅋ


        • 2019-05-18 15:41

          저 윗집에서 Moon River 치는데 미칠뻔한 기억이... moooo.....n ri...ri...ve...r 이런 느낌으로 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ㅜㅜ

          피아노 강사인 가족은 비슷한 경우 겪었는데 뛰어올라가서 자기가 가르쳐주겠다고 하고 싶었다고...


      • 2019-05-18 00:14

        마자요ㅠㅠㅠㅠㅠ 몰상식하게 엄청 시끄러운건 아니지만 내가 일하는데는 충분히 방해되는 생활소음 진짜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듣는 사람은 개롭고ㅠㅠ


  • 2019-05-18 00:12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혼자 터졌네요 홀어머니가 시집가는 그 날ㅋㅋㅋㅋ 홀어머니를 두고 시집 가는거 아닙니깤ㅋㅋㅋㅋ 전혀 다른 가사가 되어버렷...!!
    죄송합니다 제 18번이라(...)
    그나저나 대구에 계시는군요;ㅁ;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작년보다는 좀 덜 더웠으면 좋겠는데ㅠㅠㅠㅠ 올 여름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래요><


    • 2019-05-18 18:01

      제가 사오정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듣기 싫은데 ㅅㅂ 홀어머니 시집가는데 왜 뭐! 이러면서 욕하고 있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2019-05-18 14:54

    앗 저도 대구 사는데... 달성군 쪽에 삽니다. 지난 해에는 에어컨 있는 안방에서 가장 더운 기간을 보냈는데 올해는 그냥 내 방에서 버텨보려구요. (아부지가 깔끔한 성격이 못 되서 안방이 너저분하니 안방에 가기 싫어요) 대나무 돗자리 침대 위에 깔고 잘 때는 죽부인 안고 자려고 합니다. 여름을 무사히 잘 넘겨야 할텐데. 대프리카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번역가들 화이팅입니다!


    • 2019-05-18 18:03

      에어컨이 안방에만 있군욜. 저희는 큰 거는 마루에 있어서 여름엔 방문을 열어놔야 한다는 작은 단점이...덕분에 그래서 여름엔 고양이들이 침대 위로 올라와서 매우 불편하게 잡니다. 두마리가 한 마리씩 양 옆에 붙어서 저는 애매한 차렷자세로 고통받으면서 자요 ;ㅅ; 대프리카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다들 화이팅입니다.


  • 2019-05-18 15:43

    낮엔 나가서 일할 때가 많고, 며칠 정도 참고 말지 마인드로 방에 에어컨 안 달고 살았는데
    (거실 에어컨은 있는데 각도상 방에는 냉기가 거의 안 옵니다 ㅜㅜ)
    작년을 겪고 나니 안되겠다입니다... 이동형->창문형->결국 벽걸이로 하기로 거의 결정했어요.


    • 2019-05-18 18:05

      아. 이젠 에어컨 없이 일 못합니다. 이게 대프리카 대프리카 이러지만 이 정도로 안 더웠었거든요. 선풍기 켜 놓으면 밤엔 그래도 잘 만했는데 2017년에 돈도 못 벌고 쭈그러 들어 있을 때 식구들 눈치 본다고 집에 누가 오기 전까지 에어컨 안 켜고 버텨 봤는데 (일이 없으니 뭐...) 안 되겠더라고요. 그냥 삶의 질이 수직하향하는 기분이라. 일하면서 돈 좀 내기로 하고 켰는데. 이젠 없이 살 수 없어요. ㅠ.ㅠ


  • 2019-05-19 23:31

    저는 대구에 살고, 게다가 주택가에 살며, 애도 있어서....그 엄마 관심 끌려고 악을 쓰며 우는 아이와 같이 악쓰는 엄마 이야기가 저희집 이야기인줄 알고 뜨끔했다가 노래랑 염불 트는 부분에서 아닌거 알고 안심하고 갑니다. 올해 더 더울 것 같지만 덜덥길 바라며...화이팅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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