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라이브] 통대 학비를 활활 태우시렵니까?

 



안녕하십니까? 한국산업번역교육입니다.

이제쯤 통번역대학원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가 되었지요?
통번역대학원 졸업자가 산업번역 시장에서 더 나은 금전적 성과를 낸다는 통계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통대 졸업자에게 할인혜택을 드렸을 겁니다.
산업번역 시장에서 더 나은 금전적 성과를 내심이 판명된 유형은 아직까지는 장애인과 비혼모/미혼모/싱글맘뿐입니다. 장애인 분들께는 50% 할인 혜택, 비혼모 분들께는 무료로 교육 혜택을 드리고 있사오니 적극 가입문의를 해 주시고, 주변에 대상자가 계시다면 알려 주십시오.

통대 학비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던 중, 놀라운 번역을 보고 말았습니다.

출처: https://m.blog.naver.com/dbswlgp269/222376996353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현역 통역사 겸 번역가로 활동 중인 분이 공개한 번역입니다. 일단 ‘계약서 (“계약”)은’처럼 ‘나는 바나나우유이 좋아요.’ 같은 수준의 초급 한국어 실수(라고 간절하게 믿고 싶음)가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이것이 가장 심각도가 낮은 오류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 공포스럽습니다.

A corporation이 주식회사라니 이렇게 특정 번역가에게만 편리한 번역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A corporation은 개인, 단체, 회사(주식회사 포함), 법인(법인사업자, 영리 사단법인, 비영리 사단법인 포함) 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뒤에 organized가 나오니까 개인은 빼야되는 거 아니냐고요? 개인사업자는 사업체 아닙니까? 결혼은 둘이 해야 하지만 사업은 혼자서도 organize 할 수 있습니다.
‘갑’이 번역 의뢰자일 수도 있으므로 ‘갑’이 주식회사임을 알고 번역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을’이 주식회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요?
그런데 잠깐, Principal과 Distributor를 갑과 을로 번역하는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일까요? 혹시 통대에서 배운 것이라면 약속한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하여 반드시 학비와 2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아야 합니다(손해는 이 글 뒤에 또 나오니 기억해 주세요). Distributor가 사용되는 맥락 중 하나는, 판매점도 맞지만, 특히 피라미드 방식 판매 업체의 다단계 판매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Principal과 Distributor를 단순히 갑과 을로 번역한다면 이 계약서 전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만약 distributor가 다단계 판매자를 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distributor가 주식회사일 필요도 없습니다. 다단계 회사 설명회에서는 교주같이 차려입은 창립자가 나와서 여러분도 모두 부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로 연설을 마친 뒤 다이아몬드 등급 distributor들이 나와서 자신이 다이아가 되기 위해 일부러 고객 앞에서 흰 명품자켓에 커피를 쏟은 뒤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으로 깨끗하게 세탁하여 그 자리에서 매출을 백만원 내고 정기배송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등의 얘기를 합니다. 이 경우 distributor는 개인사업자입니다.
또한 원문은 날짜를 명시하고 있는데 번역문에서는 빈칸에 날짜를 명시하여야 함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띄어쓰기 잘못된 것은 비교적 사소한 문제입니다.)
또.. 또... 또... appoint를 ‘인정’이라고 번역하셨는데, 한국 법률에서 ‘인정’이 사용되는 맥락은 ‘피고인의 유죄 인정’ ‘학점 인정’ ‘전문의 자격 인정’ 등등 최소한의 법률적 authority가 있는 기관에서 특정한 상태를 인정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후 이어지는 liable의 번역 또한 번역가 입장에서 너무나도 편리하게 번역했습니다. 이 번역가는responsible, liable, obligation의 차이를 알고 번역한 것일까요? Any of its obligation이 통째로 누락된 걸 보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Reasonably도 누락됐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얼마나 큰 일인지는 이 자리에서 답안지 열바닥은 써낼 수 있으므로 방송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렵니다.
오역 지적은 마치고 통대가 만능카드가 아님을 역설하려 하였으나, the affected party가 저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affected는 영향을 받았다는 뜻에 불과하며, 그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저희 한국산업번역교육의 교육을 마치고 번역을 하고 계시던 분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affected 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과 수입이 모두 늘어난 경우, 수입은 늘었으나 과로로 자체병가를 내고 회복중인 경우, ‘피해’ 당사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도 전직 고시생으로서 피해와 손해는 다른 것임을 말씀드리고 넘어가지 않으면 ‘그래도 저 번역가는 2년 동안 돈 갖다 바치고 통대 학위라도 얻었는데 쯧쯧쯧...’ 하시겠지요? 피해는 광범위한 물질적 정신적 해를 입었음을 뜻하며, 손해는 물질적(특히 금전적) 해를 입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을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합니다. 법률 번역을 할 능력이 없다면 메타인지능력을 개선하여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이 분야는 못한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만... 게임 아이템을 항목이라고 번역하거나, 개발자 학회에서 development, developer를 각각 발전, 발전자, remote cloud storage를 리모콘 구름 창고라고 통역하여 토익 600점대 개발자가 서로서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며 내가 지금 뭘 들었는지 논하게 만들었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통번역대학원을 가야 번역가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저희는 사례를 기반으로 연락을 잘 받고, 파일을 원활히 열고, 번역에 오역과 누락이 없으면 산업번역 업계에서 일이 끊길 일은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통번역대학원은 통번역 교육기관이므로 연락 잘 받는 법, 파일 잘 여는 법의 교육에 중점을 두지 않아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통대 졸업생이 CAT툴을 사용할 시간에 직접 번역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도 통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상업적 품질을 갖춘 번역 공급자 취급을 받지는 않습니다.

‘번역사들의 수다 Episode 2, 캣툴’(https://www.gconstudio.com/post/20201202)이라는 글은 일부통대 졸업생이 CAT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부 문장을 그대로 발췌합니다.

“통역번역대학원 수업에서 처음 캣툴을 접했을 때 ... 이걸 배울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번역을 하자는 생각이 컸죠”
“아직까지는 웹소설 비중이 커서 살 생각이 없었는데”
“이거 파악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빨리 번역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
“약간 이거 배울 시간에 지금 내 앞에 닥친 번역을 한 글자라도 더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급 기능으로 갈수록 그 기능을 찾기까지 오래 걸리니까 이 시간에 그냥 타자 쳐서 번역했으면 다 했겠다”

“이번에 번역하다가 반복되는 용어가 하나 있었는데, 쭉 하다가 중간에 용어를 전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꾸려고 하는데 워드처럼 한 번에 찾아서 바꾸는 기능이 없는 것 같더라고. 내가 못 찾은 걸까?”
이는 트라도스를 메모장처럼 쓰는 심각한 사례입니다. 당연히 용어집/필터를 사용하면 가능합니다.

“트 * * * 는 프로그램 자체가 헤비 해서 PC에 약간 무리가 올 때가 있더라”
이 말을 한 분은 컴퓨터를 박물관에 보내야 합니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전자화된 시대에 팩스로 받은 문서를 스캔한 것을 번역하거나, 우편으로 종이 뭉치를 받아 번역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번역가의 효율을 중시하는 번역 에이전시라면 이미지 스캔 후 텍스트화하여 번역가가 번역 그 자체에만 전념하게 지원하겠지만... 이 경우 스캔하고 텍스트화하는 비용도 그 번역가에게 들이기 아까워 통째로 떠넘긴 것입니다. 당연히 화면만 보고 CAT툴의 도움을 받아 작업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CAT툴을 다룰 줄 모르면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통번역대학원 졸업생 분들은 자신들이 모르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는 위에 설명드린 계약서 번역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본인이 affected와 피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여 세상이 그 둘의 차이를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닙니다.

CAT툴은 반복과 작은 변화가 많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산업번역에 필수입니다. 당연히 수업에서는 몇십 단어짜리를 번역했겠지만, 그것이 몇만, 몇십만 단어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지지난 시즌에 나왔던 숄더백이 색상과 크기만 달리하여 나오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게다가 한 시즌에 출시되는 품목도 굉장히 많아 몇만 단어를 넘어가는 일은 흔합니다. 트라도스 번역 메모리와 텀베이스, 매치 수정 기능으로 간단히 이를 처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몇십 단어가 아닌 몇십만 단어라도 그런 기능을 ‘파악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빨리 번역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그렇게 사시면 됩니다. (자세한 적용 방법은 새 교재에서 소개합니다!)

여러 통대 졸업생의 번역을 근거로 말씀드리면, 통번역대학원에서 상업적으로 문제가 없는, 다시 말해 고객 및 고객의 거래처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번역을 교육하고 있는지는 저희가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통번역대학원 교육과정은 상업적으로 문제가 없는 번역을 생산할 능력이 있는 졸업생을 양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학생 개개인이 그 교육과정을 모두 이해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능력이 있는지는 저희가 더더욱 알기 어렵습니다.

방송에서 위 통대 졸업생이 번역한 계약서의 오역과 누락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법률 번역이나 의학 번역 등의 단어당 단가 높아보이는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께서 메타인지를 기르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후 10:00~12:00 잡담 및 번역에 관한 질문과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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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임윤 임윤 · 2022-01-29 19:52 · 조회 2711
전체 1

  • 2022-02-02 12:39

    통대 졸업생 관련 글은 저런 내용이 아닌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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