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화할 수 있는 일감이 들어오면 참 좋겠습니다

막상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돌리고 난 뒤로는 한 달에 호떡 하나의 빈도로 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10월에 1개, 11월에 1개;)
영어 구문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역으로 샘플테스트에서 떨어진 곳도 있고, $0.04 말고 0.02-0.03 SGD/word로 하자고 하길래 나는 $0.04로 일한다고 호기롭게 답장 보냈다가 대장님이 단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당 효율이 중요한 것인데 그 회사는 일 많고 좋은 업체라고 하셔서 뒤늦게 어... 저기 제시한 그 단가로 일할 테니 나중에 일 있으면 연락해주면 좋겠다고 메일을 보낸 뒤로는 소식이 없고요.

오늘은 또 이력서만 보낸 인도 업체에서 갑자기 4000 단어 한국어 일감 할래? 하면서 워드문서를 보내길래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덥썩 할게요!!!! 라고 했는데, 막상 제대로 문서를 들여다보니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정지할 때에 대한 설명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문법은 어렵지 않은데 모르는 전문 용어가 한가득... 고봉밥으로...
전문 용어를 몇 개 검색해보고 나서, 이건 내가 엉터리로 번역했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바로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분야하고 너무 먼 주제라서 나는 이 일을 못하겠으니 다른 번역가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또 한 번 미안하다 날 제발 이 일에서 제외해달라 엎드려 비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으로 No issue... 라고 메일이 왔는데 저 ...을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뭐 어떡합니까.
못 하겠으면 최대한 빨리 못하겠다고 해야지요. ㅜㅜ

현재 발송한 이력서는 549개, 1차로 이력서를 보낸 지 6개월이 지난 곳은 2차로 다시 업데이트된 이력서를 추가로 보내면서 새로운 업체에도 이력서를 보내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미국, 중국, 영국, 베트남, 인도 위주로 보냈는데 지금은 샅샅이 홈페이지를 뒤져서 한국어를 명시하고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 보내고 있어요.
계약서 쓴 곳은 현재 19곳이지만 실제로 일을 받아서 한 것은 4곳 밖에 안되네요.
그나마 반복적으로 일을 주던 2곳 직장 다닐 때 이력서를 보내서 일을 시작한 터라 시간이 안 맞아서 못한다고 거절 몇 번 하고 나니 무소식.;;
이제 전업 프리랜서가 되었으니 일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메일을 보냈더니, 알겠다는 답장은 받았지만 역시 그 이후로 조용~합니다.

목소리 녹음이나 각종 고지서 사진찍어 보내기, 스마트폰 앱 스샷 직접 찍어서 번역하기 이런 일들은 거절했었고요.

이력서는 한 줄 추가할 때마다 매번 첨삭을 받고 있고, 지금처럼 매일 10개씩 이력서를 돌리고, 영어 공부하고, 뭔가 내가 한 짓에 자신이 없거나 이상한 것 같을 때는 질문 게시판에 물어보고 하면서 일감을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씩 마음이 울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안 갈테다 ㅜㅜ
ABC 민트색 민트색 · 2022-11-30 23:30 · 조회 2344
전체 7

  • 2022-12-01 17:58

    어젯밤의 공포(?)와 무력감이 좀 가신 뒤에 불타서 재 밖에 안 남은 다 부서진 외양간을 치우는 마음으로 일감으로 들어왔던 문서를 찬찬히 살펴 보는데, TM도 없고 그냥 doc파일 4000 단어 정도를 쌩으로(?) 번역하는 거라서 어차피 저의 속도로는 48시간 내에 할 수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모르는 분야를 검색해가며 번역하면 시간 당 70-80단어의 속도라서...;;; 기한이 7일쯤 되면 할 수 있을런지.
    인터넷 검색 중 원자력 발전 관련 용어집( https://www.data.go.kr/data/15038710/fileData.do )을 발견했는데, 이걸로 낯선 용어의 제법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 쓰는 용어를 알지 못하면 모호하거나 부정확하게 번역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많이 존재했고요. (한국인이 한글로 된 법전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으면서도 정확하게 이해가 잘 안되는 그런 느낌으로)
    이력서에 하루에 2000단어라고 적었는데 1500단어로 줄여야 하나 고민되네요.
    전공 분야의 일이라면 용어에서 막히는 일도 거의 없고, 검색을 해도 이게 널리 쓰이는 용어인지 아닌지도 금방 알 수 있으니까 속도 내면서 일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저의 전공은 매우 분야가 협소해서 아마 전공에 딱 맞게 일 받을 확률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딱 한 번, 첫 호떡만 전공 분야였어요.
    연말은 바쁜 시기라고 하는데... 혹시 모르니 주력 번역가가 바빠서 못 맡은 자잘한 일들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계속 넣어 봐야겠습니다.
    과연 몇 개까지 보내게 될 것인가.


  • 2022-12-01 18:06

    전 이제 막 이력서 돌리기 시작한 번생아..라서 민트색 님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지만
    에너지는 나눠드릴 수 있지 않을까해서 댓글 남깁니다. 뭐 초심자의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 있잖습니까..!

    저도 민트색 님 글과 댓글 보고 많은 도움 받았었던 지라 랜선으로나마 좋은 기운 팍팍!!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전설이 있잖아요...(속닥속닥)
    포럼에 글을 쓰면 일이 들어 온다....


    • 2022-12-01 18:22

      저도 사실 전설의 효험을 노리고(?) 글을 쓴 것이기도 합니다. ㅎㅎ
      좋은 마음을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크흑... 마음이 약할 때는 작은 친절에도 큰 용기를 얻기 마련이죠.
      우리 같이 이력서 팍팍 돌려 보아요.


      • 2022-12-03 14:33

        또 효험(?)이 있어서 작은 일 받아서 제출했습니다. 약효가 좀 오래가면 좋을텐데요 ㅎㅎ;;


        • 2022-12-04 10:09

          우와 축하드려요!!! 우리 돈길만 걸어요~~~ 💰 💰 💰


  • 2022-12-02 11:12

    저도 처음에 단가 0.04로 계속 돌리다 너무 일이 안 들어와서 단가 좀 낮추니까 일이 들어오드라고요... 하다보면 최저시급도 안 나오지만.. 일단 경력이 없으니까 한 1년 정도는 이력서 만든다 생각하고 하고 있습니다..ㅠㅠ 저도 일 없는 날에는 편의점 알바 알아볼까.. 이런 생각 하다가 또 이력서라도 고치자..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근데 계약 업체도 정리하시고 이력서 첨삭을 매번 받으시다니 정말 꼼꼼하신 거 같아요. 민트색님 덕에 항상 많이 배우고 갑니다.. 민트색님 같이 힘내요!!! ㅠㅠ


    • 2022-12-02 14:30

      일이 없어서 가뭄에 콩 나듯 이력서와 샘플테스트 첨삭 신청하는 거 말고는 달리 바쁠 것도 없어서요 ㅎㅎ
      일이 없을 때 충분히 쉬면서 준비를 계속 하겠습니다.
      내년엔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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