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인디 뮤지션이 먹고 사는 법, 프리랜서 번역가






대장님 블로그에서 보셨을 그 후기인데요

대장님 저를 뽑지 말아주세요 저는 영양제 욕심도 사실 없고 이미 뮨님 덕에 얻은 블로그 조회수와 이웃 수로 충분합니다...

다른 분들 꺼 보고 싶어서 첫 스타트를 함 끊어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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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디 뮤지션이다. 디지털 싱글 한 장이 다인 나 같은 신인들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경력 있는 뮤지션들에게도 생계 해결은 끝없는 숙원 사업일 것이다. 개인 레슨을 하거나, 학원에 출강하거나, 라이브 클럽이나 악기 매장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음악과는 거리가 먼 직장의 회사원이거나, 편의점과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하는 일과 수입에 만족한다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린 없겠지만) 상관없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에 급여까지 적다면, 게다가 음악에 쏟아도 모자랄 시간과 체력까지 뺏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프리랜서 번역가 하면 서재에 틀어박혀 이 문장을 어떻게 번역할까 골머리를 앓고 외국어를 매우 잘 하지만 소득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미지를 대개 떠올린다. 아니면 유명 외화의 자막 작업을 하는 잘나가는 영상 번역가?

책이 좋다면 출판 번역가, 영화와 드라마가 좋다면 영상 번역가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필요하다. 시간도 좀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선택은 산업 번역이다.

산업 번역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지만 산업 번역은 알고 보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분야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로 수입해 들어오는 모든 제품들에 필요한 번역을 산업 번역이라 한다. 어떤 물건을 대도 우리는 산업 번역을 찾을 수 있다. 세계과자 할인점의 과자 뒷면에도 한국어로 번역된 영양성분표가 붙어 있다. 모든 수입 가전제품에는 각국의 언어로 쓰여진 설명서가 들어 있고 거기엔 한국어도 있다. 화장품. 백화점 1층에서 온통 무슨 제품을 파는지 생각해 보라. 게임!!!!!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 게임 업계 최고의 고객이다. 심지어 당신의 곁에도 있을 펜더, 깁슨, 커즈와일, 애플, 야마하. 모두 영어권 국가와 일본의 회사다. 우리나라에서만 나고 우리나라에서만 소비되는 분야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참외와 미더덕 말고는 당장 생각나는 게 없다. 그만큼 산업 번역의 규모는 방대하다. 수요와 공급이 많다는 건, 즉 우리에게 떨어지는 일감도 무수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외국어를 무척 잘 하는 사람만 번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산업 번역은 외국어는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지 않다. 물론 SATURDAY를 목요일로 번역하는 수준은 당연히 발도 들여서는 안 되겠지만, 대량의 텍스트를 일관성 있고 빠르게 번역해야 하는 업계의 특성상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다. 번역할 문서로 주어지는 워드, 파워포인트, 피디에프 포맷 등의 파일을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는 더 설명하지 않겠지만 CAT Tool이라고 하는 산업 번역가들의 시간과 손목을 지켜줄 번역 보조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로직과 큐베이스를 다룰 수 있다면 캣툴도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왜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어야 하는 건데?

회사마다 다르게 쓸 것 없이 똑같은 이력서 하루에 10장 돌리기 3개월이면 충분히 원하는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일이 몰아닥치는 날도 있겠지만, 보통 일하는 도중 짬짬이 어려운 기타 리프 연습을 할 수도 있고, 악상이 떠오르면 알트 탭을 눌러 곧바로 스케치할 수도 있다. 직장이나 알바처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출퇴근이 없으니 그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다. 지방이나 해외 투어를 가는가? 노트북으로 차 안이나 비행기 안에서 일할 수도 있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납품만 하면 된다. 와이파이가 된다면 우주라도 상관없다. 음악가들은 대체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한민국의 프리랜서 번역가의 조건이다. 새벽이 되면 지구 반대편의 에이전시들이 한국어 번역가를 애타게 찾을 것이다.

일한 만큼 벌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일과를 짤 수 있고, 강압적인 위계 질서나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휩쓸릴 필요 없고, 더러운 성차별과 학력 차별도 없고, 장소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일한다. 자유롭고 싶어 힘들고 어려운 인디펜던트의 길을 택한 음악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산업 번역가의 일에 관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 도서를 몇 권 추천한다.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저자

박현아

출판

세나북스

발매

2017.10.10.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 책들은 대부분 출판 번역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은 그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산업 번역을 하는 프리랜서에 대한 책이다. 일본어 프리랜서 번역가인 박현아(호린)님의 도서로, 프리랜서 번역가의 삶의 이모저모를 알아볼 수 있다. 후속작으로 <프리랜서 번역가 실전편>이 있다. 저자는 현재 '일본어 번역가 컨설팅 카페(https://cafe.naver.com/japanhonyaku)'에서 일본어 산업 번역가들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번역가

저자

임윤

출판

지옥탈출판사

발매

2019.04.01.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이 '프리랜서'에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다면(물론 기본적인 산업번역에 대한 정보도 아쉽지 않게 들어 있다), <어쩌다보니 번역가>는 '산업 번역'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저자 임윤 번역가는 박현아 번역가의 스승 격인 동료 번역가로, '한국산업번역교육(rebtion.net)'에서 영어와 일본어 산업 번역가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나도 이곳의 도움을 받아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현재 영어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한 지 고작 5개월차인데 3개월차부터 한국의 사회 초년생 세후 월급만큼의 수입을 얻었다. 근무 시간은 9 to 6 직장인보다 훨씬 적다. 경력이 쌓이면 더 벌 수도 있다. 물론 벌이가 일정하지는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그보다 불확실하고 미래가 안 보이는 길을 우리는 이미 택하였다(-_-;;;;;). 그 길에 산업 번역이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https://blog.naver.com/schionschie/221517212256




번역가 션션 션션 · 2019-04-25 23:38 · 조회 3665
전체 6

  • 2019-04-26 08:09

    정독 후 조용히 추천!


  • 2019-04-26 09:25

    감사합니다 ~ㅇㅅㅇ)~


  • 2019-04-26 09:51

    잘읽었어요^^


  • 2019-04-26 20:31

    멋져요!


  • 2019-04-26 21:40

    미더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져요ㅠ_ㅠ!!


  • 2019-04-27 01:39

    SATURDAY를 목요일로 번역하는 수준에서 빵 터졌네요 ㅋㅋ 실미도 대원님들은 다들 글을 너무 잘 쓰시는 듯.. 생생한 후기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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