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후기를 쓸 날이 오네요(한 줄 요약: 고민은 결제만 늦출 뿐)

 

일하기 너무 싫어서 산번혁에 들어왔다가 번역가 과정 다시 열린 것을 보고 혹시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면 도움이 될까 싶어 글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경력이 있는 상태로 산번혁 번역가 과정에 가입한 사람입니다. 좀 이상하죠? 다들 번역가가 되려고 결제하는건데 이미 번역가이면서 산번혁에 들어오다니 돈이 넘쳐나나 싶고.

 

무식할수록 용감하다는 말이 있죠,,,말 그대로 무식했던 저는 임윤님 블로그를 읽고 어? 이 정도면 혼자서 시도할 만 한데? 하고 번역 시장에 맨몸 다이빙해서 온갖 똥을 찍먹해본 후(임윤님 블로그랑 행복한 버녁가 포럼같은거 참고해서 대충 이력서 만들고 대충 샘테 보고 몇 군데 합격하고 대충 이래저래 일함) 모종의 일을 계기로 PM이랑 대판 싸운 후 이 업계에서 롱런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역시 똥은 직접 찍어 먹어보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 맛(?)이 뇌에 남거든요.

 

산번혁은 바로 제가 거쳐온 이 -똥-믈리에 과정을 단 번에 스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본전을 뽑고도 남습니다. 저는 기회비용을 저울질하다 악수를 뒀지만, 만약 시장 진입 전에 산번혁에 등록하고, 주황색 책을 숙지하고(저는 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것의 대부분을 해버렸으며) 임윤님과 원어민 첨삭을 받고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번역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매 달 지금 버는 돈의 한 두 세배는 더 벌고 있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왜냐면 제가 산번혁 첨삭을 받기 전/후의 수입 차이가 그 정도 나거든요. 한 달에 오십만원도 못 벌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요새는 그래도 제 나이 또래의 직장인 실수령은 버는 것 같고요. 특히 5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약 한 달간은 1000만원 이상 벌었습니다 ㅎ 최고 기록이에요. 이런거 어디 자랑할 곳이 없었는데 산번혁에는 마음껏 자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혼자서 다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본인의 실력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 없이 번역가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더라구요. 내 번역이 빻으면 에이전시가 피드백 해주지 않냐구요? 에이전시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니 번역 니가 고쳐와라 하는 경우는 너를 박박 닦아 계속 쓰겠다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고 대부분은 땡큐^^ 한다음 영영 소식이 없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한 번 잘렸던 에이전시에서 다시 일 받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몇 년이 지나 새로 업데이트 된 이력서를 내도 어려워요. ㅠㅠ 내가 뭔가 빻은 것을 알겠는데 정확히 어디가 빻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연락 오는 에이전시도 적어지고 들어오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그러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집니다. 자신감도 사라지구요.

 

저는 그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산번혁을 가입했고, 바로 승승장구 꽃길만 걷...지는 못했습니다. 첨삭 신청하면 임윤님한테 빻았다고 혼날까봐 2년을 허비했거든요. 네,,,,부끄럽지만 번역가 과정 등록하고 1년 반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소리입니다. 시간을 날린 건 아주 멍청한 짓이었습니다... 임윤님은 그 불가리스도 고쳐쓸 수 있다고 생각하신 너그러우신 분인데 좀 일찍 일찍 첨삭 신청할걸,,, 몇 번 혼나고 일찌감치 정신차렸으면 지금쯤 통장 잔고를 보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임윤님한테 혼날까봐 이력서 제출 망설이고 계신 분들!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얼른 내세요!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고 저처럼 에이전시 잘리는 것보다는 임윤님한테 피드백 받는게 훨씬 낫습니다.

 

뭐 어쨌든 저는 지금도 딱히 부지런한 인간은 아니라서 이력서 첨삭 받고 70군데정도 돌리다가 멈췄는데요, 등록하라는 에이전시 온보딩 절차 따라가는 것도 벅찰 정도로 일이 몰려서 그렇습니다. 제가 뭐 대단한 번역가라 그런건 아니고요(샘테 떨어지기도 하고 연락 못 받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렇습니다) 깔끔한 이력서 덕분+연락 잘 하고 파일 잘 여는 번역가라 그런 듯합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샘테 한 군데 떨어졌다고, 이력서 돌렸는데 연락 없다고 걱정되지도 않아요. 저는 임윤님이 보증한 ABC 등급이니까 기본은 하겠지~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요새는 커피챗이니 뭐니 업계 선배들한테 상담받거나 이력서 첨삭받는 것만으로도 1회에 10만원은 우습게 넘어가는데, 이에 비하면 1년짜리 산번혁 번역가 과정은 엄청 저렴한 것 같습니다.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면 하루라도 저렴할 때 빨리 결제하세요.

 

(혹시 이 자식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산번혁 광고하나 의심하는 분들께 ... 저는 임윤님에게 돈을 드리면 드렸지 받은 적은 1도 없습니다 ㅋㅋㅋㅋ 정확히 말하면 이건 내돈내산 후기인거죠.)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또 오늘 마감인 번역을 열심히 빻으러 가봐야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ABC IgG IgG · 2024-06-18 14:52 · Views 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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