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의 피드백과 관련한 대원님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안녕하세요 대원님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옥체 강녕히 로동하고 계신지요.
올 봄 한산번에 탑승한 뒤로 매달 한 번은 초보 버녁가의 좌충우돌 성장기st 생존썰을 찌고 싶었으나...어느 순간부터 magam에 허덕이고 꿈속에서도 ctrl+enter를 누르고 있고 지메일 앱 푸시 알림음이 무서워지는 생활에 찌들어 그간 적조했읍니다.
오늘 이렇게 긴 고민 끝에 포럼에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현재 거래 중인 에이전시의 특정(인이라고 여겨지는) 리뷰어와의 갈등 아닌 갈등 때문입니다. 상황인즉슨 이러합니다.
지난 달 중순부터 모 유럽 에이전시의 샘테에 합격해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갠츈한 요율+일과 함께 쥐어주는 제법 잘 정리된 글로서리와 TM 및 참고자료로 일하기 힘들지 않음+PO와 인보이스 발행을 위한 자체 플랫폼이 있는 에이전시이고요, 저는 이 프로젝트의 한국어 팀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작업자입니다.
거래량으로 따지자면, 옛다 너 하고 싶은 만큼 하거라 여기 일이다! 급으로 던져주는 곳입니다. PM들이 발행하는 PO가 실시간으로 이메일로 날아오는데(M사도 그렇고 요즘 이런 곳이 좀 있나 봐요) 그게 선착순으로 줍줍하는 사람한테 돌아가기도 하고, PM들이 특정 작업자를 지정해서 어싸인 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PO가 들어왔는데 그날 바빠서 작업 수락을 안 했더니 두시간인가 후에 국제전화(…) 오더라고요. 이거 너한테 할당된 일이니까 빨리 수락하라고;;
딱 하나 단점이라면 온라인 캣툴을 쓴다는 점인데요, 그건 그거대로 괜찮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경험을 쌓아야 하는 Lv.1 버녁가니까요.
암튼 이런 상황에서 작업파일 받으면 마감내에 열심히 작업해서 보내주고 지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저에게 할당되는 일은 번역이 70%, 1차 감수가 30% 정도의 비율입니다. 1차 감수는 번역자들끼리 peer review 식으로 진행하는 것 같고, 2차 감수를 LL이나 내부 인력이 맡는 것 같아요. 번역을 해서 납품하면 해당 작업물에 대한 1차 감수+피드백이 번역 작업자에게 공유되는데, 이 1차 감수때의 에러카운트가 너무 변동폭이 심하더라고요. 같은 클라이언트 같은 웹페이지의, 어제는 기네스 와퍼 시리즈 번역하고 오늘은 콰트로 치즈 와퍼 시리즈 번역하는 식으로 내용도 비슷한 UI 번역 작업인데, 어제 보낸 건 800단어 중에 마이너 에러 하나만 잡혀 있고 오늘 보낸 건 1000단어 중에 마이너메이저오만떼만 에러가 열몇개 잡혀 가차없이 난도질되어 있고 error threshold를 넘겨 fail이 되어 있는 식입니다. 그래서 피드백이 들어올 때마다 에러 코멘트가 달린 모든 세그먼트를 찬찬히 살펴봤는데…한 리뷰어가 유난히 picky하게 구는 것을 발견했지 뭔가요. 모든 과정은 철저히 익명이긴 합니다만, 이걸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면요…그 왜, 사람마다 말투가 있듯이 글투가 있지 않습니까. 특정 단어나 문장구조의 사용이라던지 하는 거요. 며칠 일해보니까 그게 보이더라고요 ㅎㅎ
물론 문제의 그 분이 한 리뷰 중 어떤 에러는 정말 저의 '에러'이기도 하고, 에러까진 아니지만 '오…이렇게 번역하면 더 좋겠구나' 싶은 생산적인 피드백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건 단순히 스타일 차이나 선호의 영역 같은데 무족권! 에러로 마킹하는 거 아닌가 싶은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정말 틀린! 피드백을 받기도 해요.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적어보면:
1) "Hello, [name]!"을 "[name]^님, 안녕하세요."라고 작업했는데 이름이랑 '님'을 전부다 붙여서 수정한 후(...) 해당 세그먼트를 전부 spacing error로 잡는다던지,
2) "Your feedback matters" 라는 세그먼트가 있고, 이 세그먼트의 문장은 heading이라는 노트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은 소중합니다"라고 작업했는데, 뒤에 마침표를 찍어 수정하고 코멘트에 "Full stop needed for a full sentence"고 써서 grammatical error로 잡는다던지(저는 제목이라길래&원문에도 마침표가 없어서 안 찍었거든요. 똑같은 원리로 작업한 다른 파일에서는 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3) 한국어 스타일 가이드에 -합니다와 -하세요를 섞어서 쓰되, 법률 문서를 제외하고는 명령형 문장에 -하시오/하십시오를 쓰지 말라는 지침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합쇼체와 해요체를 혼용하고/Try again 같은 명령형 문장은 '다시 시도하십시오'가 아니라 '다시 시도하세요'라고 해야 된다는 걸로 이해하고, "Do you want to cancel the order?" 라는 세그먼트를 "주문을 취소하시겠습니까?"라고 번역했어요. 원문은 의문형 문장이고, '-합니까?'는 합쇼체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수정된 피드백에는 "주문을 취소할까요?"라고 되어 있었고(간결하고 친근해서 더 좋은 표현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자는 스타일 가이드를 전혀 읽지 않았음'이라는 충격의 코멘트와 함께 무려 compliance 관련 critical error로 마킹되어 있었습니다ㅠㅠ 아 스타일 가이드 열심히 읽었는데...
4) "Lean in - Create a safe space for your students" 이라는 세그먼트를 "먼저 다가가기 - 학생들에게 안전한 환경 만들기"라고 번역했습니다. Lean in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구글링을 했는데, 셰릴 샌드버그가 쓴 동명의 책이 있더라고요. 저 표현을 여기에 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싶어 참여하기, 뛰어들기 등등 고민하다가 저렇게 번역했어요. 피드백을 보니 "다가가기 - 학생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 만들기"라 되어 있고 meaning에 major error로 잡혀 있었습니다. 아마 리뷰어가 오역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제가 혹시 그냥 개를 패리스 힐튼의 개로 만든 걸까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에이전시가 번역가 관리에 자체 포털을 쓰는데, 여기에 작업량이나 마감 일정 확인, 작업료 인보이싱 뿐만 아니라 해당 작업자의 마감시한 준수율, 1000단어당 에러 수 이런 것들을 산정해서 작업자 점수도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 리뷰어한테만 걸리면…에러 카운트 때문에 평가 점수가 사정없이 떨어집니다. 최종 감수하는 분이 1차 감수를 다시 한 번 수정하면서 좀 올라갈 때도 있긴 하지만 일단 이렇게 빨간펜 죽죽 그어진 작업물을 받으면+심지어 셋 중 하나 꼴로는 이게 왜 '에러'인지 잘 모르겠으면, 이 분이 저 하나를 특정짓고 이러는 건 아닐 거라 생각은 하면서도 그 순간에는 위축되기도 하고 일하기도 싫어지고...좀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일을 받고 있고 등급도 유지하고 있지만, 제 짐작으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 혹시 점수가 계속 떨어진다면 PM들도 일을 덜 줄 것 같고요. 제가 이 에이전시와 신뢰가 쌓일 만큼 거래를 오래 한 것도 아닌데다가 경력 자체도 길지 않아 더 불안한 것 같기도 합니다ㅠㅠ
띄어쓰기 같은 경우는 너무 명백한 오류라 담당 PM에게 간단하게 코멘트한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별다른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한땀한땀 디펜스를 해야 하나 생각하니 너무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클 것 같고, 한국어 LL한테 상황을 공유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으나 괜히 뒤늦게 합류해서 분란 조장하는 것 같고…여러가지로 고민이 되네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뭐가 있을까요? 대원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혹 아직 제가 경험이 일천하고 무지하여 일련의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면, 기탄없는 질책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봄 한산번에 탑승한 뒤로 매달 한 번은 초보 버녁가의 좌충우돌 성장기st 생존썰을 찌고 싶었으나...어느 순간부터 magam에 허덕이고 꿈속에서도 ctrl+enter를 누르고 있고 지메일 앱 푸시 알림음이 무서워지는 생활에 찌들어 그간 적조했읍니다.
오늘 이렇게 긴 고민 끝에 포럼에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현재 거래 중인 에이전시의 특정(인이라고 여겨지는) 리뷰어와의 갈등 아닌 갈등 때문입니다. 상황인즉슨 이러합니다.
지난 달 중순부터 모 유럽 에이전시의 샘테에 합격해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갠츈한 요율+일과 함께 쥐어주는 제법 잘 정리된 글로서리와 TM 및 참고자료로 일하기 힘들지 않음+PO와 인보이스 발행을 위한 자체 플랫폼이 있는 에이전시이고요, 저는 이 프로젝트의 한국어 팀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작업자입니다.
거래량으로 따지자면, 옛다 너 하고 싶은 만큼 하거라 여기 일이다! 급으로 던져주는 곳입니다. PM들이 발행하는 PO가 실시간으로 이메일로 날아오는데(M사도 그렇고 요즘 이런 곳이 좀 있나 봐요) 그게 선착순으로 줍줍하는 사람한테 돌아가기도 하고, PM들이 특정 작업자를 지정해서 어싸인 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PO가 들어왔는데 그날 바빠서 작업 수락을 안 했더니 두시간인가 후에 국제전화(…) 오더라고요. 이거 너한테 할당된 일이니까 빨리 수락하라고;;
딱 하나 단점이라면 온라인 캣툴을 쓴다는 점인데요, 그건 그거대로 괜찮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경험을 쌓아야 하는 Lv.1 버녁가니까요.
암튼 이런 상황에서 작업파일 받으면 마감내에 열심히 작업해서 보내주고 지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저에게 할당되는 일은 번역이 70%, 1차 감수가 30% 정도의 비율입니다. 1차 감수는 번역자들끼리 peer review 식으로 진행하는 것 같고, 2차 감수를 LL이나 내부 인력이 맡는 것 같아요. 번역을 해서 납품하면 해당 작업물에 대한 1차 감수+피드백이 번역 작업자에게 공유되는데, 이 1차 감수때의 에러카운트가 너무 변동폭이 심하더라고요. 같은 클라이언트 같은 웹페이지의, 어제는 기네스 와퍼 시리즈 번역하고 오늘은 콰트로 치즈 와퍼 시리즈 번역하는 식으로 내용도 비슷한 UI 번역 작업인데, 어제 보낸 건 800단어 중에 마이너 에러 하나만 잡혀 있고 오늘 보낸 건 1000단어 중에 마이너메이저오만떼만 에러가 열몇개 잡혀 가차없이 난도질되어 있고 error threshold를 넘겨 fail이 되어 있는 식입니다. 그래서 피드백이 들어올 때마다 에러 코멘트가 달린 모든 세그먼트를 찬찬히 살펴봤는데…한 리뷰어가 유난히 picky하게 구는 것을 발견했지 뭔가요. 모든 과정은 철저히 익명이긴 합니다만, 이걸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면요…그 왜, 사람마다 말투가 있듯이 글투가 있지 않습니까. 특정 단어나 문장구조의 사용이라던지 하는 거요. 며칠 일해보니까 그게 보이더라고요 ㅎㅎ
물론 문제의 그 분이 한 리뷰 중 어떤 에러는 정말 저의 '에러'이기도 하고, 에러까진 아니지만 '오…이렇게 번역하면 더 좋겠구나' 싶은 생산적인 피드백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건 단순히 스타일 차이나 선호의 영역 같은데 무족권! 에러로 마킹하는 거 아닌가 싶은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정말 틀린! 피드백을 받기도 해요.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적어보면:
1) "Hello, [name]!"을 "[name]^님, 안녕하세요."라고 작업했는데 이름이랑 '님'을 전부다 붙여서 수정한 후(...) 해당 세그먼트를 전부 spacing error로 잡는다던지,
2) "Your feedback matters" 라는 세그먼트가 있고, 이 세그먼트의 문장은 heading이라는 노트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은 소중합니다"라고 작업했는데, 뒤에 마침표를 찍어 수정하고 코멘트에 "Full stop needed for a full sentence"고 써서 grammatical error로 잡는다던지(저는 제목이라길래&원문에도 마침표가 없어서 안 찍었거든요. 똑같은 원리로 작업한 다른 파일에서는 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3) 한국어 스타일 가이드에 -합니다와 -하세요를 섞어서 쓰되, 법률 문서를 제외하고는 명령형 문장에 -하시오/하십시오를 쓰지 말라는 지침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합쇼체와 해요체를 혼용하고/Try again 같은 명령형 문장은 '다시 시도하십시오'가 아니라 '다시 시도하세요'라고 해야 된다는 걸로 이해하고, "Do you want to cancel the order?" 라는 세그먼트를 "주문을 취소하시겠습니까?"라고 번역했어요. 원문은 의문형 문장이고, '-합니까?'는 합쇼체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수정된 피드백에는 "주문을 취소할까요?"라고 되어 있었고(간결하고 친근해서 더 좋은 표현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자는 스타일 가이드를 전혀 읽지 않았음'이라는 충격의 코멘트와 함께 무려 compliance 관련 critical error로 마킹되어 있었습니다ㅠㅠ 아 스타일 가이드 열심히 읽었는데...
4) "Lean in - Create a safe space for your students" 이라는 세그먼트를 "먼저 다가가기 - 학생들에게 안전한 환경 만들기"라고 번역했습니다. Lean in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구글링을 했는데, 셰릴 샌드버그가 쓴 동명의 책이 있더라고요. 저 표현을 여기에 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싶어 참여하기, 뛰어들기 등등 고민하다가 저렇게 번역했어요. 피드백을 보니 "다가가기 - 학생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 만들기"라 되어 있고 meaning에 major error로 잡혀 있었습니다. 아마 리뷰어가 오역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제가 혹시 그냥 개를 패리스 힐튼의 개로 만든 걸까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에이전시가 번역가 관리에 자체 포털을 쓰는데, 여기에 작업량이나 마감 일정 확인, 작업료 인보이싱 뿐만 아니라 해당 작업자의 마감시한 준수율, 1000단어당 에러 수 이런 것들을 산정해서 작업자 점수도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 리뷰어한테만 걸리면…에러 카운트 때문에 평가 점수가 사정없이 떨어집니다. 최종 감수하는 분이 1차 감수를 다시 한 번 수정하면서 좀 올라갈 때도 있긴 하지만 일단 이렇게 빨간펜 죽죽 그어진 작업물을 받으면+심지어 셋 중 하나 꼴로는 이게 왜 '에러'인지 잘 모르겠으면, 이 분이 저 하나를 특정짓고 이러는 건 아닐 거라 생각은 하면서도 그 순간에는 위축되기도 하고 일하기도 싫어지고...좀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일을 받고 있고 등급도 유지하고 있지만, 제 짐작으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 혹시 점수가 계속 떨어진다면 PM들도 일을 덜 줄 것 같고요. 제가 이 에이전시와 신뢰가 쌓일 만큼 거래를 오래 한 것도 아닌데다가 경력 자체도 길지 않아 더 불안한 것 같기도 합니다ㅠㅠ
띄어쓰기 같은 경우는 너무 명백한 오류라 담당 PM에게 간단하게 코멘트한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별다른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한땀한땀 디펜스를 해야 하나 생각하니 너무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클 것 같고, 한국어 LL한테 상황을 공유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으나 괜히 뒤늦게 합류해서 분란 조장하는 것 같고…여러가지로 고민이 되네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뭐가 있을까요? 대원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혹 아직 제가 경험이 일천하고 무지하여 일련의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면, 기탄없는 질책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BC
Hailie
·
2021-11-21 0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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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게시글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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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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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
안녕하세요 저는 내년이면 5년차 들어가는 한산번(이라 쓰고 지옥탈이라 읽는) 초기 대원입니다. 정리해주신 내용 읽어봤는데 넘 속 터지고 진짜 어딜 가나 저런 또라이 리뷰어가 있구나 싶어서 좀 씁쓸하기도 하네요. 물론 저도 번역 시장에 진입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른 번역가의 번역에 제 번역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심한 말도 막 썼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기 때문에... 업보가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당시 에이전시 피엠들한테 한두 번 혼나고 바로 정신 차렸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번역 일을 하면서 이제 깔끔하게 일 잘해주신 분들의 번역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반드시 객관적인 실수만 감점 요인으로 넣고, 스타일 변경의 경우 preferential로 처리하여 감점 없이 넣고 꼭 스타일 변경이다, 제안 정도이다(+부연 설명) 정도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번역 시장에서 저런 식으로 리뷰하시는 분들 간간히 꼭 보입니다.ㅎㅎ 저뿐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심심치 않게 겪었더라고요. 근데 저런 마인드로 리뷰에 임하는 사람들의 실수는 에이전시가 그런 진상짓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거겠죠. 일단 헤일리 님이 해당 에이전시에서 충분한 물량의 일을 몰아줄 정도로 신뢰받는 번역가라는 사실을 보면 이미 에이전시 측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품질 평가 데이터가 있을 텐데(실제 숫자로 보여지는 데이터뿐 아니라 PM 사이의 평판과 같은 무형의 데이터를 포함해서요), 저런 진상 리뷰어는 그걸 무시하고 본인 쪼대로(…) 엉터리 리뷰+엉터리 평가를 해놓으면서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잖아요? 어쩌면 그게 엉터리 리뷰라는걸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저도 그랬어요). 신뢰받는 번역가인 헤일리님이 그 부당함을 짚고 넘어가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에이전시 측에서 해당 리뷰어한테 경고를 전하거나, 아님 조용히 자르거나 할 테니까요.
에이전시나 피엠 성향에 따라서 그냥 귀찮으니 번역가의 불만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오히려 왜 긁어 부스럼이냐는 식으로 나오는 곳도 있겠지만, 그런 곳은 장기적으로 일하기에 좋은 에이전시가 아니라는 일종의 신호라고 생각하고요.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진 에이전시라면 저런 진상 짓을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진상이 지랄을 떨어도 헤일리님이 잘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도 번역가로서 부당한 리뷰를 받아서 속 터지고 그게 제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워했던 적이 있는데, 전혀 그러실 필요 없고요. 저 같은 경우엔 꼭 이메일로 피엠 측에 전달합니다. 제일 최근에 썼던 건 9월인데 “I believe the reviewer made many unnecessary changes to make the document's style to fit her/his own taste and preferences. I see that most of the changes made were preferential stylistic changes such as inexplicably switching the placement of words/phrases in a sentence. I understand that some stylistic changes could improve the readability of the document significantly but in this instance, I truly feel that the changes were random and unnecessary.” 요렇게 보냈었네요. 이런 비슷한 내용과 더불어 리뷰어측의 객관적 실수(이 글의 사례라면, 의존명사 님을 다시 한땀한땀 붙여놓은 경우)가 있다면 같이 보내면 더 좋고요. 그렇게 에이전시에 알려주시는 게 헤일리님 본인과 건강한 번역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되니, 혹여나 분란 조장이 아닐까 걱정하지 마세요. 한땀한땀 디펜스할 수 있음 좋지만 말씀하신 대로 그것도 에너지 소모고 시간 소모니, 전반적 불만 사항+리뷰어의 실수를 잡아서 리포트해 보시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추천드립니당.
저도 쌓인게 많아서ㅋㅋㅋ 주절주절 적다 보니 댓글이 넘 길어졌네요?. 긴글 읽느라 고생하셨고, 모쪼록 결정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세상에 해몬 님...너무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나도 에러 낸 게 있으니까' 하는 생각 때문에 어필하는 게 망설여졌는데, 궁극적으로 저 뿐만 아니라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니 역시 할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 받으실 거에요!
저는 아직 시장 진입을 하지 않았지만 헤일리님의 글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 리뷰어가 헤일리님께만 그렇게 picky하게 굴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리뷰에도 그러고 있을거고 그런 점을 자신의 PR로 포장시켜 (나 일 이렇게 꼼꼼하게 하는 사람이고 리뷰하나도 대충하지 않고 영한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PM에게 어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연히 회사 내부에 해당 리뷰어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고 있을 것 같구요 그래서 저는 헤일리님이 좀 강하게 어필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장님이 항상 말씀하시는대로 제대로 일할 사람은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헤일리님을 놓치게 되면 아쉬운건 번역회사 아닐까요 ^^ ~
저는 심지어...'스타일가이드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미 한국어 팀 내에서는 암묵적으로 합의가 된, 나만 모르는 어떤 추가적인 룰 같은 게 있는 걸까? 글로서리랑 TM이랑 SG에 최대한 맞춰서 작업한다고 했는데 왜 틀렸다고 하는 거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ㅋㅋㅋㅋㅋ 근데 mskim님 댓글 읽어보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ㅎㅎ 씁쓸하네요 허허...
방송 듣다가 이 글이 언급되어서 들어왔습니다. 이상한 리뷰 결과를 보내주는 리뷰어는 어디에든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해몬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꼭 부당한 리뷰에는 불만을 제기하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많이는 아니고 번역회사가 인지할 정도로요. 방송에서도 대장님이 언급하셨지만, 그 리뷰어는 곧 떨어져 나갈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거예요:)
람주님 제가 하필 오늘 지각해서 상세한 말씀을 듣지는 못하였습니다만...조만간 리포트 잘 정리해서 PM에게 보내려고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격려 감사합니다.
혹시 translated인가요? 저도 말 맺음 처리에 대한 사정 없는 리뷰에 fail 판정 받았었는데..
거기 리뷰가 좀 불만스러워서 저는 그 이후로 다른 업체하고만 일을 합니다.
리뷰어도 시간에 쫓겨서 실수하기도 해요. 그런데 Hailie님 같은 경우라면 더더욱 정리해서 알리셔야 불이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네 맞습니다...역시 저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었군요 ㅎㅎ;; 작업물 핸드오프에서 작업료 지급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프로세스 자체엔 딱히 불만이 없고 클라이언트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글로벌 대기업이라 일하는 것 자체는 (아직까지는) 재밌거든요. 근데 짚어주신 것처럼 딱 하나 리뷰가...허허...
좀 더 같이 일해보고, 리포트도 해보고,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저도 그땐 DOMANG 각을 재야겠읍니다...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