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이라니
안녕하십니까 대원님들, 오늘도 씩씩하게 현장에서 구르고 있는 Lv.1 대원입니다.
다들 종소세 신고들은 무사히 하셨는지요. 저는 홈택스 서버를 불태우고 싶었읍니다.
저도 생존 신고 및 근황 잡담차 한달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6월의 첫 게시물을 올린다고 생각하니 괜히 신나네요(?)
사실 버녁 얘기할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그렇읍니다...
이전 글에서 한산번 가입하기도 전, 처음으로 저에게 번역 일이라는 걸 준 국내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이력서는 커녕 프로필용 샘플번역도 제대로 완성을 못 한 상태로 얼레벌레 일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역시 대한민국 기업이 연관되는 일은 되도록 안 하는 걸로...국내 에이전시 일 하지 말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요율은 둘째치고, 고객사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업무에 쓰는 거지같은 툴부터 해서 욕 시작하자면 한도끝도 없어요.
저야 프리 신분이니 정 안 되겠으면 퉷퉷 하고 손절하면 그만이지만 옆에서 PM들 갈려나가는 거 보면 안쓰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요.
대한민국에서 한손에 꼽히는 대기업이건만 '진짜 저딴 식으로 하는데도 일이 돌아간다고?' 싶을 정도이고,
그 멍청함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에이전시는 물론 작업자들한테까지 영향을 줘서 생산성을 엄청 깎아먹고...뭐 그러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어도 "엔드 클라이언트가 한국 회사인" 프로젝트는 부지런히 각을 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읍니다.
(한국 에이전시라고 안 한 이유는...지금 일하는 에이전시 자체는 괜찮거든요. 인보이스 안 써도 알아서 입금 정확히 해 주고, PM들도 나이스합니다)
그리고 필드의 버녁로동 한달 차, 월말 결산의 느낌으로다가 나름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얻은 것&늘어난 것
_나의 용량 파악: 작업을 해서 매일 일정한 시각에 넘기면 PM이 확인 후 익일까지 납기할 작업 파일을 보내주는 식으로
업무 플로우가 진행되다 보니 내가 하루에 작업 가능한 분량 파악이 비교적 빨리 됩니다.
저는 아직 초보이고 작업 속도가 느린 편이라 번역은 하루에 맥시멈 2.8k, MTPE는 5.5k가 한계더라구요 🙁
이것도 컨디션 좋을 때&그날 작업할 소스 텍스트가 멀쩡할 때 이야기입니다...
_약간의 메타인지: 아무래도 직접 부딪히다 보면 내가 뭘 할 줄 알고 뭘 모르는지 좀 더 빨리 파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삽질을 줄여주는 것이 한산번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이겠으나 저는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굳이 구르고 있...
일 시작할 때는 '약간의 돈+일단 번역 경험을 쌓아보자+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해야 내 이력서에 레퍼런스 체크를 해줄 사람을 적을수 있음'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고요...겁도 없이 법률 번역 운운하던 두 달 전의 저를 비웃고 있는 지금의 저를 보니 실제로 효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_의심하는 능력&사전 찾는 횟수: 예전에 대장님이 방송에서 그러셨다고 하더라고요. fresh 같은 단어 번역하기가 더 어렵다고.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혹시나 해서 사전을 찾아본 단어가 내가 알던 그 뜻으로 쓰인 게 아닐 때,
와씨 이거 그냥 내 머릿속에 있는대로 번역했다가 큰일날 뻔 했구나 싶은 등골 서늘한 경험을 몇번 한 후로는 더더욱 의심빌리티가 올라가고 있네요.
번역하겠다는 사람치고 prime이나 focus 뜻 모르는 사람 당연히 없겠지만...prime focus가 '직초점 촬영'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ㅠㅠ
저 진짜 SAT 리딩 수업 준비할 때보다 사전 더 자주&열심히 찾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안 그래도 느린 작업 속도가 더 느린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게 쌓이면 언젠가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고마워할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잃은 것&줄어든 것
_주량: 네...주량이 줄었습니다. 술 마시는 빈도도 줄었고요. 재택이건 출퇴근이건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할 때에는
업무 마치고 냉장고에 있는 맥주 꺼내서 촤촤 들이키는 게 거의 일상이었는데요, 출퇴근 하던 걸 5월부터 재택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정말 업무시간이라는 게 대중이 없는 데다가 맥주 마시던 시간에 주로 일을 하고 있고...2-3시쯤이면 지쳐서 자야 되기 때문에
마실 타이밍을 못 잡고 있습니다(모닝 맥주도 생각해 보았으나 차마 그건 안되겠더라고요).
사실 일 시작하고 초반에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한두번 홀짝홀짝 맥주 마시면서 일하다가
-안그래도 발번역메이커 주제에 무슨 근자감으로 그랬을까요ㅠㅠ- 어이없는 실수를 할 뻔했거든요.
다행히 납품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업한 거 체크하면서 발견해서 화는 면했는데,
무서워서 그 뒤로는 일할때는 물론이고 일하기 전에 밥 먹을때도 아예 술에는 손도 안 댔더니 자연스럽게 술과 멀어지게 되네요.
일단 Lv.1 대원의 2회차생존기는 여기까지 찌도록 하겠읍니다...
대원님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건강하시고 다들 호떡과 입금이 넘치는 6월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밀고 있는 짤 하나 띄우겠습니다. 저는 일하기 싫을 때마다 보고 있어요 ㅎㅎ
다들 종소세 신고들은 무사히 하셨는지요. 저는 홈택스 서버를 불태우고 싶었읍니다.
저도 생존 신고 및 근황 잡담차 한달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6월의 첫 게시물을 올린다고 생각하니 괜히 신나네요(?)
사실 버녁 얘기할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그렇읍니다...
이전 글에서 한산번 가입하기도 전, 처음으로 저에게 번역 일이라는 걸 준 국내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이력서는 커녕 프로필용 샘플번역도 제대로 완성을 못 한 상태로 얼레벌레 일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역시 대한민국 기업이 연관되는 일은 되도록 안 하는 걸로...국내 에이전시 일 하지 말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요율은 둘째치고, 고객사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업무에 쓰는 거지같은 툴부터 해서 욕 시작하자면 한도끝도 없어요.
저야 프리 신분이니 정 안 되겠으면 퉷퉷 하고 손절하면 그만이지만 옆에서 PM들 갈려나가는 거 보면 안쓰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요.
대한민국에서 한손에 꼽히는 대기업이건만 '진짜 저딴 식으로 하는데도 일이 돌아간다고?' 싶을 정도이고,
그 멍청함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에이전시는 물론 작업자들한테까지 영향을 줘서 생산성을 엄청 깎아먹고...뭐 그러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어도 "엔드 클라이언트가 한국 회사인" 프로젝트는 부지런히 각을 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읍니다.
(한국 에이전시라고 안 한 이유는...지금 일하는 에이전시 자체는 괜찮거든요. 인보이스 안 써도 알아서 입금 정확히 해 주고, PM들도 나이스합니다)
그리고 필드의 버녁로동 한달 차, 월말 결산의 느낌으로다가 나름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얻은 것&늘어난 것
_나의 용량 파악: 작업을 해서 매일 일정한 시각에 넘기면 PM이 확인 후 익일까지 납기할 작업 파일을 보내주는 식으로
업무 플로우가 진행되다 보니 내가 하루에 작업 가능한 분량 파악이 비교적 빨리 됩니다.
저는 아직 초보이고 작업 속도가 느린 편이라 번역은 하루에 맥시멈 2.8k, MTPE는 5.5k가 한계더라구요 🙁
이것도 컨디션 좋을 때&그날 작업할 소스 텍스트가 멀쩡할 때 이야기입니다...
_약간의 메타인지: 아무래도 직접 부딪히다 보면 내가 뭘 할 줄 알고 뭘 모르는지 좀 더 빨리 파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삽질을 줄여주는 것이 한산번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이겠으나 저는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굳이 구르고 있...
일 시작할 때는 '약간의 돈+일단 번역 경험을 쌓아보자+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해야 내 이력서에 레퍼런스 체크를 해줄 사람을 적을수 있음'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고요...겁도 없이 법률 번역 운운하던 두 달 전의 저를 비웃고 있는 지금의 저를 보니 실제로 효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_의심하는 능력&사전 찾는 횟수: 예전에 대장님이 방송에서 그러셨다고 하더라고요. fresh 같은 단어 번역하기가 더 어렵다고.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혹시나 해서 사전을 찾아본 단어가 내가 알던 그 뜻으로 쓰인 게 아닐 때,
와씨 이거 그냥 내 머릿속에 있는대로 번역했다가 큰일날 뻔 했구나 싶은 등골 서늘한 경험을 몇번 한 후로는 더더욱 의심빌리티가 올라가고 있네요.
번역하겠다는 사람치고 prime이나 focus 뜻 모르는 사람 당연히 없겠지만...prime focus가 '직초점 촬영'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ㅠㅠ
저 진짜 SAT 리딩 수업 준비할 때보다 사전 더 자주&열심히 찾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안 그래도 느린 작업 속도가 더 느린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게 쌓이면 언젠가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고마워할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잃은 것&줄어든 것
_주량: 네...주량이 줄었습니다. 술 마시는 빈도도 줄었고요. 재택이건 출퇴근이건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할 때에는
업무 마치고 냉장고에 있는 맥주 꺼내서 촤촤 들이키는 게 거의 일상이었는데요, 출퇴근 하던 걸 5월부터 재택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정말 업무시간이라는 게 대중이 없는 데다가 맥주 마시던 시간에 주로 일을 하고 있고...2-3시쯤이면 지쳐서 자야 되기 때문에
마실 타이밍을 못 잡고 있습니다(모닝 맥주도 생각해 보았으나 차마 그건 안되겠더라고요).
사실 일 시작하고 초반에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한두번 홀짝홀짝 맥주 마시면서 일하다가
-안그래도 발번역메이커 주제에 무슨 근자감으로 그랬을까요ㅠㅠ- 어이없는 실수를 할 뻔했거든요.
다행히 납품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업한 거 체크하면서 발견해서 화는 면했는데,
무서워서 그 뒤로는 일할때는 물론이고 일하기 전에 밥 먹을때도 아예 술에는 손도 안 댔더니 자연스럽게 술과 멀어지게 되네요.
일단 Lv.1 대원의 2회차생존기는 여기까지 찌도록 하겠읍니다...
대원님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건강하시고 다들 호떡과 입금이 넘치는 6월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밀고 있는 짤 하나 띄우겠습니다. 저는 일하기 싫을 때마다 보고 있어요 ㅎㅎ

ABC
Hailie
·
2021-06-01 02:34
·
Views 4919

전체게시글 1,929
-
Date
2019.04.11 -
Date
2025.07.23 -
Date
2025.07.18 -
Date
2025.07.17 -
Date
2025.07.16 -
Date
2025.07.15 -
Date
2025.07.11 -
Date
2025.07.09 -
Date
2025.07.08
제가 폰트에 무슨 짓을 한 걸까요...수정이 안 되어서 그냥 둡니다;; (이런 데 예민함)
번역가님 건강 조심하시고 허리 조심하시고 탈모(...) 조심하시고 화이팅입니다 저도 얼른 이력서 검증 받고 돌려서 번역가님처럼 생존기를 찔 것입니다
정말 명짤입니다...세계적인 대가님들은 역시 다 똑같은 결을 지니는거 같습니다. 그저 탑오브더탑!
어깨결림이나 거북목, 손목터널증후군, 안구건조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질병인데요(요정도는 21세기 사회인의 덕목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키보드를 오래 치면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는 걸 요즘 난생 처음 경험하고 있읍니다ㅠㅠㅠ 작업하시는 분들이 청축 갈축 이런걸 왜 따지시는지 알겠더라고요. mskim님도 꼭 몸 돌보면서 준비하세요. 그저 건강이 최고입니다.
안구건조는 솔코린연고 2주 정도 넣으시면 완화되구요 손가락은 제가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 진단받지 않았겠습니까 으하하하 ㅜㅜ 류마티스 관절염 전조증상인줄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 암튼 그때 손가락으로 뭘 하는거 하지 말라고(행주를 짠다든지)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키보드는 저는 사악한 가격의 브랜드 30g짜리 사서 해결했습니다 키보드를 많이 아는건 아닌데 유리관절인 저에게 이거만한 키보드가 없더군여
키보드 작업자에게 멤브레인 키보드는 비추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저소음적축/30g무접점 키보드가 제일 작업하기 좋았어요~ 부디 건강하셔서 더 많은 호떡을 생산하시기를!!
으아니 이런 고급 정보를...! 감사합니다 번역가님 말씀해주신 것들 꼭 참고할게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ㅋㅋㅋ 국내 에이전시... 그렇죠? ? 저의 역량 파악이 가능해지고 겁도 없이 날뛰었던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는 점 매우 공감한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클래식 팬인데 갑자기 조성진 사진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ㅋㅋㅋㅋㅋ 앞으로 저 짤을 보면서 저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ㅎㅎ 저희 모두 같이 힘내요!
역시 국내 에이전시 일은 한 계절 이상은 안 하는 게 답인가봅니다(...) 원래 클래식을 일부러 찾아서 듣진 않았는데 요즘은 야간작업 브금으로 조성진님의 드뷔시가 그르케 좋더라고요. 사랑해요 성진초! 고마워요 성진초!
주량이 줄었다... 에서 공감 쎄게 하고 웃었습니다 ㅎㅎ 관절 아프시다면 로지텍 어고노믹 키보드 추천드립니다. 손목 통증에 좋긴 좋더구만요... +ㅅ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힘내어 봅니다~
소셜 드링킹도 안되고 키친 드링킹도 안되다보니 자연스레 술과 멀어지고...대신 단당류와 더 친해졌습니다 하하...
키보드 추천 감사드립니다! 안 그래도 키보드 새로 사야 하나 고민중인데 어고노믹 일단 적어두겠습니다. 삽하나님도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