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고인물의 밥줄은 끊기지 못한다

작성자
임윤
작성일
2023-03-29 23:59
조회
1903
세줄요약
최종 클라이언트: 더 많은 일! 더 빨리! 더 싸게!
번역회사: 셋 중에 둘만 고르십쇼
고인물 번역가: (이미 과로사)

영어 https://www.trados.com/download/translation-technology-insights-2023-report/21529/
한국어 https://www.trados.com/kr/download/translation-technology-insights-2023-report/215294/
이 보고서의 저작권은 RWS에 있습니다.

1. 번역 기술 인사이트 소개 및... 소개가 늦은 이유

번역 기술 인사이트(Translation Technology Insights)는 2016년, 2020년, 2023년 RWS에서 발간한 업계 동향 보고서입니다. 사실 이 보고서를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두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올해의 25%가 지나가기 전에 좀 무리해서라도 빨리 쌔워야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란 마감일과 즉각적인 불이익이 없으면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생물이니 두 달이 미뤄진 건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삽에 커스텀 몇번 붙였다 떼었다 하고 보니 업계 15년차가 넘은 저는 달력에 끄적여놓은 TTI 요약하기 과제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의지는 있었으나 당장 마감이 급한 번역일 하느라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자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꼭 전문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2. 조사대상과 고인물 번역가의 관점

보고서의 조사대상은 기업, 번역회사, 번역가입니다. 이 웹사이트에 방문하실 분들은 번역가 혹은 번역가 지망생일 가능성이 높고, 저 역시 번역가 집단에 가장 많이 속하므로 고인물 번역가 관점에서 보고서의 흥미로운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업과 번역회사는 매출로 보나 단어수 기준으로 보나 명백히 일이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온라인상의 일부 번역가는 기계번역 때문에 자기 일이 줄어들어(이하생략) 같은 얘기를 합니다. 저와 제 주변 고인물들은 남이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그 앞에서 과로사 얘기를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이전에 시간이 없어서(...) 그냥 말을 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저도 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당장 마감이 급해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3. 왜 고인물만 과로하는가?

이 사실과 그 이유가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6p에서 인용

신규 진입자와 고인물을 5년 기준으로 나누면, 2023년의 신규 진입자 비중은 늘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신규 진입자의 수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못박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이번에는 설문조사 홍보를 많이 해서 경력이 짧은 집단이 많이 응답한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하면서, 우리 설문조사 설계가 조금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까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인물이 계속 썩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최장 경력자가 대규모로 은퇴하는 지점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최장 경력자가 경력을 계속 쌓고 있을 뿐입니다.

보통 이렇게 말을 빙글빙글 돌려 할 때는 외부 링크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 인용된 https://www.proz.com/industry-report/2022 프로즈 보고서(2022)에 하고 싶은 말로 추정되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프로즈 유료 회원만 열람 가능합니다)

RWS 보고서가 (적어도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무시한 사실이 있습니다. 프로즈 2022 보고서뿐 아니라 각종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와 대량해고가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강제로 재택근무에 내몰리게 된 업계는 줌도 켤 줄 몰라서 업무생산성이 대폭 하락했는데, 번역업계는 원래 재택근무 하던 인간들이 집구석에서 차나 홀짝이며 다음 일이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One need only reflect back on the weekly news stories about teachers and politicians ill-prepared for work life over Zoom, for example. And while the remote work vs. in-person work debate rages on in the corporate world today, freelancers are sipping their coffee or tea while getting ready for the next job…
(Proz.com Industry Report 2022)

게다가 무급휴직이나 퇴사 등으로 수입이 줄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번역업계로 진입하였던 듯합니다. 그러나 번역회사는 희망을 품고 뉴비를 품었으나 아 이거 안되겠다 파일도 못 연다 하면서 원래 쓰던 고인물의 소중함만을 깨닫게 되고... 그 고인물한테만 일이 또 몰리는 악성 연쇄효과가 일어났던 겁니다.

그런데 프로즈는 이 사실을 여과없이 언급하는데 RWS는 신규진입자와 고인물의 비율이 변동한 이유는 일언반구 언급하려 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제 생각에 프로즈는 단순 번역가-번역회사-기업의 중개 웹사이트인 반면, RWS는 번역회사기도 하지만, CAT툴 시장점유율 1위인 트라도스를 비롯한 번역 기술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RWS는 신규 진입자가 꾸준히 늘어나야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꿈과 희망을 갖고 기술 번역 인사이트 보고서를 켜봤더니 초장부터 고인물만 돈 번다는 소리부터 나오면..... 안 그래도 컴퓨터로 파일도 못 여는 번역 꿈나무의 새싹을 짓이기게 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는 저의 의견이며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4.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어. 그런데....

하지만 보고서는 이어서 우리 업계는 일 진짜 많다, 숙련자는 적다, 신규 진입자라도 기술 있으면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곳이다. 그러니 ‘기술 배워!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어!’라는 진실을 통계로 입증합니다.
언어 업계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논의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한계에 달한 것 같습니다.
While talk of a talent shortage in the language industry is nothing new, it appears to have reached a boiling point.
The 2022 Nimdzi 100

이 보고서는 님지 100을 인용하고, 비숙련자를 ‘talent’에서 제외한 뒤 왜 있는 기술도 못 쓰냐며 이어서 팩트융단폭격을 날립니다.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9p에서 인용

기업과 번역회사(LSP)가 물량 증가를 겪었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의도적으로 신규 진입자와 고인물 두 집단으로 나눈 뒤 어느 집단에서 물량 증가가 이루어졌는지 숨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의도는 아마도 번역 새싹들을 꺾지 않기 위해서....?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13p에서 인용

왜냐면 바로 다음 여러 통계에서는 두 집단을 칼같이 나눠버리기 때문입니다 -_- 고인물이 되면 비용품질시간 그 어떤 것도 나를 쓰러뜨릴 수 없어!라고 답한 집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두 배가 되고, 품질을 고민하는 비율은 무려 절반으로 줄어버립니다. 이런 통계를 보여줄 수 있으면서 물량은 숨긴다니...

그리고 이어서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는다’는 말을 (또) 합니다. 컴퓨터 보조 번역(CAT), 인공 지능(AI) 기반 기계 번역(MT), 번역 관리 시스템(TMS) 등등을 활용하면 효율성 품질 일관성을 개선하여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어! 라고 말하는데 문제는 그 뒤 ‘새 인재 영입’ 단락입니다....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17p에서 인용

RWS는 번역 업계에 새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번역회사도 인재 영입이라는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취업시장에는 100-10-1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100개 기업에 서류를 넣으면 10개 통과하고 그중 1곳에 합격한다는 말이었는데..... (국가기록물로 들어가야 할 각) 요즘은 사람을 뽑는 곳이 없어서 서류를 100개 넣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특히 취준하다가 번역 시작한 분들은 서류통과율이 왜 이렇게 높냐며 놀랍니다. 멀쩡한 관사단복수일치대소문자라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춰도 잊고 있을 만하면 서류통과가 되니까요. 번역업계는 정말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새 인재 영입’ 문단의 내용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앞에서는 ‘기술 배우면 안 굶어죽어’(실제 소제목: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 거두기)라고 했으면 Z세대는 기술 잘 활용하니까 괜찮아^^ 같은 통계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기술을 활용하여 일상생활, 업무 등의 과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집단이 10대-20대가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거나 하는 통계나 실험 말입니다.
오늘날 자신의 경력을 고려하는 청년들은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여 소속 업계가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합니다. 자동화와 AI를 활용하는 민첩하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일하고자 하며 어디서든 쉽게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들이 서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협업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 청년들의 희망사항이지 사실이 아니잖아요? 동사를 보세요. ‘받고 싶어합니다’ ‘바랍니다’ 같은 말을 왜 씁니까? 진짜로 기술 활용을 잘 하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합니다’ ‘협업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 중입니다’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동사를 써야죠.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어쩌다 이런... 보고서를 인용했나 싶어(심지어 Asana는 협업 애플리케이션 회사로 연구기관도 아님) 젊은 세대의 기술 활용능력이 실제로 뛰어나다는 증거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못 찾았습니다. 갖고 올만한 통계가 없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을 많이 붙잡고 있다는 통계는 상당히 많이 발견했는데.... 스마트폰으로 틱톡 5시간씩 보고 앉아있는 게 기술활용이 뛰어나다는 증거는 아니잖아요?

이어서 보고서는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5. 누가 공부 못하게 묶어놨냐?

보고서 22p에는 기술 성숙도가 높은 집단이 번역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있다고 응답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그 다음 23p인데....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23p에서 인용

1위가 ‘관련 교육이 충분하지 않음’이라는 응답인 걸 보고 뒷목 잡으셨을 관계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적어도 트라도스는 (메이저 애플리케이션인 워드/엑셀에 비해서도) 도움말이 아주 잘 갖추어진 소프트웨어입니다. 뭐 하다 모르면 F1 누르면 도움말 나옵니다. (그런데 전 F1을 포함한 F키들이 각각 무엇에 쓰이는지 모르는 분들을 실제로 많이 봐서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본 사용법은 유튜브에 RWS 공식계정이 친절하게 제작해서 올려놨고요.


(조회수가 4600회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잠시 묵념을...)

게다가 자격증 과정에 등록하면 심층 기능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자료까지 제공됩니다. 일부 과정은 심지어 무료입니다. 이제는 누가 공부 못하게 묶어놨냐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데...

(이하는 개인적으로 웃겼던 거)


번역 기술 인사이트 2023 23p에서 인용

복수 응답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설문조사에 응답할 시간이 있었으면 분명 새 기능에 한표 던졌을 것입니다... 전 항상 적일많버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찾아다님...

소개하고 싶은 신기능이나 플러그인이 많은데 또 시간 짜내서 써 보겠습니다......
HailieHailieKK초록문어초록문어민트색민트색진유진유kamuuui03kamuuui03다정한별다정한별리틀포레스트리틀포레스트히비스커스티히비스커스티chatte(람주)chatte(람주)아이킨야아이킨야PlumeriaPlumeria김리나김리나호미호미YeonYeonchocho유리양파유리양파번역으로지옥탈출번역으로지옥탈출qnqnqndqnqnqndprettypretty동그라미동그라미아뷔가일아뷔가일appleapple신모모신모모별빛별빛떠브유떠브유유진유진SPSP구스 집사구스 집사뚜뚜뚜뚜MarinaMarina에스더에스더minibearminibear적일많많벌적일많많벌
전체 1

  • 2023-03-30 05:06

    "it appears to have reached a boiling point."라는 문장에서 거의 절규에 가까운 음성이 들리는 기분입니다.


사실 3월 말에 쌔우려고 했는데 입덧이 닥쳐서 그냥 산송장처럼 있었습니다. 2023년 12월: 1월에 신혼여행 갈 예정이라 리뷰작업이 불가능할 듯하여 1달 연장을 미끼로 이력서 미리 제출을 요청드림 1월: 신혼여행 겸 땅따먹기 퀘스트 겸 상견례 2월: 밥 먹고 12월 업보 청산만 함 (빙산의 일각) 3월: 123주 일 잘하다가 4주차 입덧 와서 드눕 1, 2월도 일을 안한 건 아니긴 한데 3월 일한 것만 계산했습니다 3월치 일한 걸 입금받은 곳이 몇 군데 있어 실수령액으로 갈음했습니다(수수료가 약간 차감됩니다) D사 일본 회사라서 번역은 4엔, 리뷰는 2엔 받습니다 여기 꽂아드린 번역가님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일을 잘 해주셔서 컨펌요정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감사를 표합니다 A사 R사 I사 V사 S사 대강 790만원 정도입니다 환율 버프가 있긴 합니다 참고 이런 것들이 몇십 개 있는데, 귀찮아서 뺐습니다 R사에 1월 6일, 3월 2일 작성한 인보이스입니다 1월 6일 작성한 것은 작년 12월 일한 금액, 3월 2일 작성한 것은 대강 2월 일한 금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일을 안한 것은 아니네요 스마트스토어 1분기 매출입니다 방구석에서 돈 벌기 체험 중입니다 번역으로 돈 버는 방법은 산업번역 가이드 PDF에 있습니다 * 새 회원가입은 안 받고 집에서 번역만 하겠습니다 시간대비 생산성도 좋지 않고, 불가리스 하나라도 나오면 태교에 심히 좋지 않다 하겠습니다 저도 새끼를 키울라니 수익성 중심으로 굴러야겄습니다
임윤 2024.04.23 추천 23 조회 403
사진 정보를 보니 2008년 7월 24일의 팔팔한 제가 찍은 것 같읍니다 후쿠시마 사태 전의 클린청정해역 같이 가시져 화질이 거석해서 보정할까 했는데 그냥 이것도 추억이려니 오사카 시내에서 2시간 정도 기차 타고 가면 됩니다 일본 토착신 대빵(저렴한 어휘 ㅈㅅ) 이세신궁, 도바 수족관 등의 볼거리도 있고 원재료빨 받은 밥이 맛있는 곳입니다 팔팔할 때 시간과 체력 갑부의 플렉스 청춘18 끊어서 각지를 돌아다닌 적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일본 여행지 3선 중 하나로 꼽는 곳입니다 다른 두 곳은 오키나와, 홋카이도 오타루 날씨가 참 좋았읍니다 당시에는 500엔짜리 에키벤 먹어주는 게 필수였던 것입니다 예산 안에서 이익도 못 내지만 적자는 안 내면서 지역 특산물을 넣어 적당한 맛을 내던 미끼상품이라 당시에 저거 먹으러 돌아다니면서 단가 계산하고 리뷰하던 블로거들도 상당히 있었습니다 이 동네 지역경제는 미키모토 할배가 캐리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당시 진주박물관 입구에 있던 작품입니다 진주섬은 다리를 건너서 가면 됩니다 사진은 다리 위에서 찍은 걸로 추정되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건 진주섬이고 왼쪽에 보이는 건 크루즈 선착장입니다 진주왕 미키모토 할배가 또 반겨 주십니다. 당시 매 시간마다 해녀쑈를 했습니다 요로케 통통배를 타고 가서 요새는 같은 방식으로 물질을 하지는 않는데 관광객용으로 보여주시는 듯합니다 진주박물관답게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전시품들이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을 본따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관광지 한정 외향인 발동) 와 이거 진짜 멋있네요 -> 옆에서 신나게 설명해주심 -> 잠깐... 저것도 진주...? 저 바닥도 진주조개 껍닥,...
광역차단의 길 임윤 2024.04.02 추천 26 조회 511
브로치 ‘카시’ 미키모토제, 1909년 무렵 오크(Oak, ‘카시’)의 잎사귀를 모티브로 하였으며 장신구 ‘오비도메’ 뒤의 금속 부분을 본래의 형태와 다르게 브로치로 바꾸어 만든 작품입니다. 잎사귀 한쪽 면에는 물방울처럼 천연 진주가 고정되어 있는데, 19세기 유럽의 주얼리에서 볼 수 있는 기교가 사용된 점이 몹시 흥미롭습니다. 작품 뒷면을 보면 미키모토의 브랜드 마크인 ‘카이M’과 ‘K15’ 각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가리스 선생님 번역입니다 브로치가 뭔지 알고,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잠재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면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는 번역입니다 예전에 일본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요 한국어 메뉴가 이상했습니다 (육회가 윳케라고 적혀있는 식) 노포를 물려받은 아들은 자기가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고 번역을 맡긴 건데, 이 꼴인지 몰랐다고 했고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저는 메뉴를 재번역해주고 공짜로 받아먹었습니다 한국인 현지화 버전 예시 회사 짤리고 영끌해 차린 카페가 망해갑니다 운 좋게 이름 모를 일본 아이돌이 들렀다 갔다며 바짝 핫플이 됩니다 물 들어올 때 임대료라도 건져야겠다 일본어 번역을 4년제 일문과 졸업자라고 주장하는 자에게 맡겼는데, 일본인들이 와서 주문하지도 못하고 고개만 갸우뚱대다 갑니다 아마 카이M 같은 번역 때문이지 않을까요 대체 카이M이 무엇일까요 힌트는 드렸습니다 해설은 다음 번에 올려드립니다
광역차단의 길 임윤 2024.04.01 추천 15 조회 600
요약: 다 그럴 만해서 그렇게 한 것임 소인배들이 나이 처먹으면서 꼰대가 되고 시야가 좁아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잘 이해가 안 가시면 저를 보세요 그걸 넘어서는 사람을 군자, 성인이라고 부르는데 안타깝게 백종원도 욕을 먹고, 가난하고 배 주린 자를 위해 이 땅에 내려온 예수도 안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고난 그릇을 받아들이고 그냥 소인배로 삽니다 여태 유효고객이 어떤 분들인지 잘 말씀드리진 않았는데 저분들이 이룬 능력치지, 제 능력치로 이룬 성과가 아니고 경력만 찾는 시장에서 신입도 기회를 줘야 된다는 암묵지 못 읽는 제 멍청함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고 뭐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가난하고 배 주린 자한테 기회 줘봐야 보따리나 털리고, 뺏은 보따리에 든 거 없다고 까이기나 합니다 이해가 안 가시면 광역차단의 길 정주행 권고드리며 보따리 털어주고 까이는 멍청이는 저 하나로 끝나길 바랍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는데요 대형사고가 나기 전 소형사고 29건, 자잘한 사고 300건이 발생한다는 통계입니다 불가리스급 잠재력이 있었으나 트위터에 떠벌리지는 않은 사람, 제가 환불 권유한 사람 숫자 고려하시면 대강 맞습니다     제가 전문가 자격증이 있는데요 -> 이력서 받아보니 의치한약수 제가 예전에 애들을 좀 가르쳤는데 -> 대학 출강 제가 예전에 납땜 좀 했는데 -> 연구직 제가 예전에 물건 좀 팔았는데 -> 임원 당연히 제가 이룬 성과도 아니라 제 자랑처럼 말씀드리기도 그렇고 개인정보 공개인거 같아서 말씀 못드렸는데 제가 없는 보따리 패대기들에게...
광역차단의 길 임윤 2024.03.26 추천 28 조회 1148
오늘의 드리고 싶은 말 요약: 그러니까 질문 많이 해주세요 저도 뭘 아는지 모릅니다 이제 인기 시리즈 광역차단의 길 덕택에 '관사 단복수일치 대소문자'를 제대로 못 쓴다는 게 뭔가 다들 아실텐데요 (대부분은 이걸 못 넘기고, 넘기면 준비된 인재) 이후 레벨업 방법론입니다 - 업계 고인물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암묵지를 학습해야 합니다 - 의외로 고인물은 살려달라는 뉴비에게 친절합니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경쟁자로 보지 않아서) 아마 어느 분야에나 비슷하게 적용될 거 같습니다 제가 초기 몇 년간은 업무시간의 9할을 검색에 썼는데요 모두 번역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 이건 대체 또 뭐임? (* 십몇년전 PO 처음 받아보고 한 소리) - 온라인 계정 라이선스 정책이 어떻게 되길래 이렇게 계정을 돌려씀? - 웹툴에서 자음과 모음이 뼈와 살이 분리되듯 분리되는데 어떻게 해야...? (***2024년에도 해결책 없음) - 왜 이 회사는 돈을 안 주지? (*인보이스도 안 보내고, 내쪽에서 아무것도 안 했음) - 단어수가 워드로 센 단어수랑 틀리다고 하는데 단어수 세는 로직이 어떻게 다른 것임? 그리고 (처음엔 신나게 걸러지다가) 연차가 올라가서 제가 인간 거름망이 되고 남을 거르는 입장이 되니 깨달았습니다 구구절절 안 알려주는 이유가 있었구나 - 친절하게 안 알려주고 암묵지를 거름망으로 놔두면 연락 잘 되고 파일 잘 여는 사람들을 건져올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짐 - 번역회사 등록 시 본인 입금수단을 안(못) 적는 사람 -> 아직 한 번도 입금을 받아본 적이 없음 -> 손 많이...
임윤 2024.03.22 추천 21 조회 431
뭔가 잘 안 풀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 도움이 됩니다. (끝까지 읽으시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력서를 쓰는 목적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희 이력서 양식이 이거 없으면 죽는 필수재 같은 건 아니고 10년 정도 굴러보니 실무자들이 보는 게 이거고, 그 중에서도 먼저 보는 게 있더라 하는 걸 모아놓은 겁니다 회사가 원하는 점만 갖추면, 대강 써도 합격합니다.   제가 아는 개발자가 있는데요. "컴공 졸업 예정 개발자. 스타트업 취업 원함. 000-0000-0000" 포스트잇에 이렇게만 써서 붙였는데, 바로 어떤 자가 심봤다 하고 줏어갔다고 합니다. 이후 먹튀도 당하고 삽질도 하고 험난한 인생체험 끝에 나름 투자도 받고, 지금은 회사가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모양입니다. 그 포스트잇을 써붙인 자가 현 무급가족종사자인데요..... - 모든 스타트업은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당시 헬로월드랑 프린트만 쓸줄 알아도 납치하려 할 작정이었다는데, - 무급가족종사자는 모든 스탯을 코딩에 몰빵까지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SHxoFCrv-0 - 면접이고 뭐시기고 정장이란 게 있긴 있는데 포스트잇 주워간 대표 결혼식, 본인 결혼식에 딱 하루 한번씩 입었습니다   포스트잇 이력서는 스탯을 코딩에 극단적으로 몰빵한 자라 가능한 겁니다 대부분의 애매한 잡캐는 잡기로 때워야 합니다 이력서에 뭘 더하고, 뭘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번역회사가 공포스러워할만한 요소를 하나씩 없애고 이 번역회사가 나한테 일을 줄 수 있게 만드는 요소를 더하면 서류탈락은 면합니다. 학교 공부란 건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하려면 최소한 이건 알아둬라'하는 걸 정리해 놓은 겁니다. 그런데...
임윤 2024.03.10 추천 21 조회 551
광역차단의 길 임윤 2024.03.03 추천 16 조회 665
비용 측면만 보면 회사들이 고용을 하지 않고 외부 프리랜서한테 외주를 주는 게 나아보이는데 대부분의 번역회사는 인하우스 번역가를 두고 있음 이건 상업적으로 쓸만한 번역을 생산하는 번역가가 모두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것임. 실제로 현지 시간으로 한밤중에 가까운 시간에 출근해 일하는 인하우스 번역가나 피엠이 연락해 오는 일이 상당히 많음. 원래 납품하기로 한 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연락이 안 되는 것임.   여하튼 연락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퉁쳐서 말한 건데 여기에서도 (당연해서) 말을 안한 게 있음 연락 잘 하라는 뜻은 '바로 옆에 출근한 직장동료와 유사한 정도로 업무 진행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소리임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모자란 번역실력을 잡기로 때우고 사는 내 주장이고, 번역을 베르나르베르베르 개미 번역가 급으로 잘 하시면 이런 잡기 필요 없음) 보통 직장에 가면 붙잡고 연수를 시키거나 적응 기간을 줌 사람이 업무를 익혔는지 아닌지 투명하게 볼 수 있음 그런데 이쪽 동네는 그게 아님 이메일로 그냥 우리 포탈은 여기고, 아이디 비번은 누가 알려준다는 최소한의 지시사항만 줌 너무나도 당연한 티엠 티비 지켜라 같은 얘기는 안함. 어차피 하라고 백날천날 얘기해도 안 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안함 (가끔 이 정도면 나폴리탄 괴담이랑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음) 그리고 읽었을 거라 가정하고 업무 의뢰 이메일을 보냄. 당연히 처음 한두번은 가이드 숙지 못할 수 있는데, 미숙지로 삽질이 몇 번 반복되면 그냥 연락을 끊음. 사람을 붙잡고...
광역차단의 길 임윤 2024.02.18 추천 24 조회 623
번역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 분들은 처음 예외없이 무한 악성 루프에 빠짐. 경력이 없어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모두가 경력자만 찾음.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것임?   물론 내가 사람 뽑는 입장이 되어보니 왜 그렇게 경력자를 찾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음.   해결책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번역봉사를 하는 것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 알려주면서 비싸게 군다’고 하시는 분들은 네이버에 한글로 ‘번역봉사’라고 검색해 해결하시려들 하겠지?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거 그만 읽고 네이버에 번역봉사 검색하러 가시길 바람. 스크롤 더 내려봤자 기분나쁜 소리나 할 것임.   불가리스는 나를 졸지에 180만원 받고 이력서 한장 첨삭하면서 고객의 무식함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자로 만들었음. 억울해 이대로는 관짝에 들어가도 시체가 안 썩을 지경이니, 불가리스가 다른 고객에 비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자였는지 손가락 움직이는 한 낱낱이 공개하여 책으로 묶고, 나중에 ISBN 박아 양장제본해서 국회도서관에 두 권 보내 핵전쟁에도 살아남게 만들어 드릴 예정임.   일단 180만원에 이력서 한장 첨삭한다는 표현은 잘못되었음. 2년 과정이었고, 이력서 한장이 아님. 다양한 분야 번역 첨삭도 포함되어 있음. 대부분은 500단어짜리 5건 정도로 문제도 파악하고 이 분야는 내가 할 것이 아니다 자기판단까지 딱딱 하시는데, 불가리스는 도저히 자기판단이 안 되시는 것 같아서 10건 넘게 드림. 이것도 하나하나 왜 이렇게 번역하면 안 되는 건지 시간 나는 대로 분석해 드릴 예정임.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이력서 뿌리고 다니면서 분명히...
광역차단의 길 임윤 2024.02.02 추천 35 조회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