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번역 하소연

안녕하세요

예전에 질문 글은 한번 드린 적 있습니다만

처음 인사드립니다.

 

웹툰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는 잘 아시는 몇개 업체 중 하나이고요 저는 2차벤더입니다.
(N차 벤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사실은 3차벤더일 수도...)

 

본론 먼저 말씀 드리면

뭔가 굉장히 불리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1차벤더가 저에게,

- 링기스트(검수자)가 해야할 일의 일부
- 대사  편집자의 업무 중 일부를

저에게 몰빵(?) 해 버리는 느낌이 아주 심하게 듭니다.

또한, 1차벤더와 최종고객사 사이의 업무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여
2차벤더에게는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고

본인들 나름대로는 잘 만들었다고 하는 번역 메뉴얼 또한
극도로 애매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저와 같은 1차벤더에게 전가하는 느낌이 들고요.

아래에 좀 더 자세히 적어 봅니다.

 
  •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에 대한 설정이나 줄거리 정리, 타이틀후보 제안을 번역가가 해야 합니다. ->대략 6~10시간 정도의 업무량입니다. 이러한 상세 설정이 있으면
    번역은 수월해 지는 것이 맞지만 최종 고객사와 1차벤더로부터
    이미 설정 완료&번역 진행 중인 작품의 수정요구와 더불어
    " 왜 이따위로 밖에 못하는거지 앙?" 같은 뉘앙스의 트집을 잡습니다.(꽤 번역이 진행 된 후에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수정을 요구하던가 아니면
    고객사나  1차벤더가 작업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진하게 듭니다.
    (심지어 고객사는 제가 번역하는 외국어 사용 국가에 본사가 있습니다.
    즉, 고객사에도 링기스트가 있고 검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기네가 하면 될 일...)
 
  • 검수자가 너무 많습니다 -> 1차벤더 내부 검수자, 고객사 검수자, 제3자(?) 검수자 등등...
    대략 눈치 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각 검수자마다 말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차벤더 내부 검수자 말대로 수정하면, 고객사 검수자가 아니라고 하고
    작품이 어느정도 진행 되면 제3자 검수자가 등장하여 또 뒤집습니다.
    (그리고 3명의 검수자들의 문법스타일, 의역 스타일은 당연히(?) 다릅니다...)
  • 1차벤더의 언어능력이 의심스러움 -> PM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요, 품질을 담당하는 관리자입니다.
    문법에 대한 지적이나 단어 선정에 대한 지적을 하는 건 당연한 업무이지만
    도대체 어디서 언어를 배운건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어..네이티브들한테 물어봐도 그건 아니라는데요?" 라고 따지면 답변 회피합니다..
  • 대사편집(식자작업?)과 관련된 업무의 일부를 번역가에게 던집니다  -> 번역 언어가 입력된 파일의 확인, 가독성 체크 등등
    길면 1~1시간 30분 정도는 소요되는 작업을  던져옵니다.
    심지어 어떻게 하는 건지 메뉴얼 조차 없습니다...(그럼에도 지적은 해 옵니다)
  • 메뉴얼 작성이 아주 느리게 현재 진행형입니다... -> 기존 메뉴얼이 얼핏 보면 자세한 듯 보이지만
    메뉴얼에 나오지 않는 사항이 상당 수 발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메뉴얼에 없는 사항을, 자기네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메뉴얼(?) 대로 하지 않으면
    "메뉴얼을 잘 지키지 못하니 너에게 주는 일감을 줄일거야"  라고 합니다.
    심지어, 메뉴얼 대로 작성하니
    "아니 메뉴얼에 썼다고 곧이 곧대로 그렇게 하냐?"
    라고도 하고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봅니다.
    메뉴얼 양을 늘리던가, 그건 당신네들 검수자에게 맡기던가 하시라고...
  • 2차벤더에게도 검수자를 두고 검수를 할 것을 요구합니다. -> 물론, 기본적인 오류나 오타를 관리하는 의미의 검수는 당연히 제가 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런 원초적인 업무가 아니라, 고객사와 1차벤더의 감각을 그대로 반영한
    수정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원하는 레벨의 작업이
    가능해 지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레벨을, 업무시작 시 부터 원한다는 겁니다.
    뇌를 공유하지 않으면 전 이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타 고객사, 타 1차벤더와 작업경험이 있는 번역가들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까지 지적을 해 오는 것도 신기하고
    검수자의 영역과 번역가의 영역이 이렇게
    애매모호한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합니다.
    메뉴얼 또한 너무 애매하다고 하고요.

    그래서 단가는 좋으냐...
    아니요. 절대 좋지 않습니다.

    번역가는 정말 딱 번역만 해야지만
    납득할 만 한 단가입니다.

    할말은 많지만, 최대한 줄여서 써 봤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aoya aoya · 2023-07-28 14:31 · 조회 751
전체 1

  • 2023-08-03 23:21

    웹툰 번역은 해 본 적 없지만, 저라면 진작에 거래를 끊었을 것 같습니다...


전체게시글 1,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