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은 죄가 없지만

 

미친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중간에 있는 피엠이 욕받이가 될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거의 매 해 한두 달 집중적으로 받는 모 국제 행사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소개문, 보도자료 같은 문서들을 다루는데 이번에 받게 된 문서는 법률 문서였어요. 그렇다고 아예 완벽한 법률문서는 아니고 일종의 약관 같은? 그런 문서 ㅇㅇ

몇 달 전에 잘 끝내놓고 돈도 받아서 기억에서 지우고 있었는데 피엠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네 번역이 너무 직역한 것 같고 크리에이티브하지 못해서 마음에 안들어한다고요. 수정을 해달라는데 문서 볼륨이 너무 커서(10p 9장에 달하는 분량이었음) 일단 문서를 다시 읽으면서 프루프리더가 잡지 못한 오탈자와 몇몇 포맷 오류들을 잡고 용어집 재정비해서 보내줬는데

 

'클라이언트가 또 마음에 안든대!'

 

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저는 차분하게

 
  1. 법률 문서에 크리에이티브를 바란다니 말이 된다고 보냐
  2. 몇 달 전에 멀쩡히 통과시키고 왜 이제와서 그러냐
  3. 이거 리뷰한 놈한테 가서 따져라 나는 할 만큼 했다
 

하고 답장을 했습니다 -_-...

 

추가 수정을 위한 요율도 책정이 됐었는데 3자 번역가에게 의뢰하는 바람에 reduction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대로 해라. 단, 이건 100% 내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문제니(리뷰어는 뭐했냐) 전액 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고 내가 기본 요율을 초과하게 받은 부분만 reduction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그 점은 알아둬라 하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일도 꾸준하게 주지만 요율이 너무 적어서(0.05로 올렸다고 한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0.04 기준으로 주더라고요) 이걸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여기서 일감이 끊겨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분노의 메일 러쉬를 한 뒤에 이제 슬슬 이력서 갱신의 철이 왔구나 싶어서(열어보니 작년 초에 마지막으로 갱신하고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력서를 새로 싺 수정하고 조만간(조만간이란 상반기를 뜻하는 것임) 에이전시들을 한 차례 돌면서 이력서 천본앵을 해야겠구나 하는 중입니다.

 

작년에는 천 달러 떼먹힐 뻔한 거 피엠한테 '이딴 식으로 돈 안 주면 나도 일 안 한다'하고 협박해서 800달러 까지 우여곡절 끝에 회수했는데(물론 그 뒤로 그 에이전시랑은 연락을 끊었습니다)  올해는 시작부터 미친 클라이언트한테 갈굼 당하는 바람에 졸지에 새벽에 일한 거 reduction이나 당하고...

 

물론 피엠은 죄가 없지만 어쨌든 돈 주는 클라이언트와 일 해주는 번역충 사이에서 그 분들이 조율을 하시는 수 밖에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안타까워도 저는 제 할 말 해야죠 뭐...
ABC K K · 2023-01-28 04:57 · 조회 954
전체 1

  • 2023-01-28 16:42

    맘 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올해 액땜으로 넘기고 이제 술술 돈 잘 들어오는 일만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


전체게시글 1,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