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습관적 도망자의 다짐: 못 하니까 여기 왔다. 나아져서 나간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테스트 번역 리뷰를 받고 있는 회원입니다.

아직 달성한 것이 없는 사람임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 스스로 동력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산업번역의 일요일 유튜브 라이브를 시청하다가 도망간 회원이 많다는 말씀을 들으면 해이해졌던 저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다잡고 여기로 돌아왔습니다. 저 같은 분이 또 계시지 않을까요?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필요한 분들이요.

 

이곳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이력서 첨삭을 받은 후에 저는 잠적했습니다. 직업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 글을 많이 만졌던 사람으로서, 내 글이 이 지경이라는 것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수치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망간 사람이 많다는 유튜브를 보고 돌아와 원어민 첨삭까지 성공했습니다. ‘다들 도망가는 곳이구나, 나도 미련 없이 떠나자’라는 생각이 아니라 ‘아, 원래 도망치고 싶어질 정도의 리뷰가 나오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원어민 첨삭을 받고 나자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고 당연히 금방 돈을 벌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원어민 첨삭 이후 거치는 테스트 번역도 여러 번의 리뷰 끝에 다듬어진 상태였고 저는 이제 일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이력서를 엄청나게 돌리는 중에 또다시 일요일 유튜브 라이브를 보게 되었는데 공부 안 하고 이력서만 돌리면 망한다는 것입니다. 이거 내 이야기인가? 저는 다시 사이트에 돌아와 테스트 번역 과제를 받았습니다. 어제 그 결과가 나왔고 ‘이렇게 번역하시면 안 됩니다’ 상태입니다.

 

저는 또 도망치고 싶어졌습니다. 리뷰를 받을 때마다 사실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바라던 결과가 나왔던 적이 드물거든요. 일에 대한 피드백이니 받아들이고 나아지면 된다는 것을, 사회생활에서는 피드백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힘이 들긴 듭니다. 이렇게 능력이 안 되는데 그만둬야 하는 걸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계획에 없었던 후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도망치지 말자고 다짐하는 글입니다.

 

다른 분들께서 어떤 이유로 이 길을 선택하고 가입하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회사 생활 중에 암에 걸렸습니다. 수술 후 복직해서 일하던 와중에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회사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저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커리어로 선택한 것이 번역입니다. 번역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이 일이 화장품 리뷰로 임윤님의 이글루스를 챙겨보던 제가 알게 된 유일한 프리랜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번역을 선택했다기보다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번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이고요.

 

주변에 프리랜서인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어떤 상황인지 모릅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잘 흘러가고 저는 뭔가 하는 거 같지만 보여줄 것은 없습니다. 와중에 리뷰를 받으면 도망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번역을 읽어주고 평가해주고 갈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퇴짜 맞은 번역문을 고이 접어두고 원문 파일을 다시 엽니다. 아직 완치 판정이 나지 않은 4년 차 암 환자로서 재취업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제가 도망가지 않는 한 매번 리뷰 때마다 실력이 늘긴 늘겠지요. 그렇..겠지요?

 

이번에는 이 글로 도망칠 퇴로를 막고자 합니다. 그리고 도망가고 싶어 할 제 상상 속 많은 회원님을 생각합니다. ‘나만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닐 거야.’ 그게 저한테는 마음을 다잡는 힘이 됩니다. 업무를 하시는 한국산업번역 직원분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리뷰를 받고 도망치고 싶고 라이브를 보며 돌아오는 과정 중에 이런 뻔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하니까 여기 왔다. 피드백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나아져서 나간다. 도망치지 않는 한 내년에는 저도 수입을 말하는 후기를 쓰겠지요. 도망을 생각하는 분들, 피드백대로 고쳐서 늘어서 나갑시다.
수료 카멕스 카멕스 · 2022-04-21 14:31 · 조회 1588
전체 8

  • 2022-04-21 14:40

    첫 이력서 리뷰 받고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던 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직도 수정 중이지만, 카멕스님 말씀대로 고치고 배우는 것을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심정과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을 얻고 갑니다 ㅠㅠ!!!


    • 2022-04-21 15:43

      댓글 달아주신 덕에 제가 힘을 또 얻었습니다. 이 힘으로 다음 리뷰까지 그리고 일감까지 같이 가요.


  • 2022-04-21 14:44

    도망친 전적이 있는 저도 결국에는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딱히 다른 선택지가 많지도 않고요.
    같은 곳을 반복해서 오가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나선형을 그리며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 2022-04-21 15:45

      다른 선택지가 많지도 않고요22 저도 글에서 생략된, 도망 기간 중 거쳤던 일들이 더 있었고 여기로 돌아왔어요. 반갑습니다. 나선형이길 바라며 노력하겠습니다!


  • 2022-04-22 10:03

    어제도 근무중...저에게도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으며...
    건강하시고,..들숨 날숨에 돈벼락 맞으시기를...^^


    • 2022-04-25 13:19

      감사합니다. 건강 챙기셔요!


  • 2022-04-25 18:35

    날마다 후회없이 임한다면 분명 우리 모두 나아져서 나갈 겁니다. 함께 화이팅해요^^


  • 2022-05-04 20:05

    카멕스님 안녕하세요, 먼저 쾌차하시기를 마음 다해 전합니다. 저 역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프리랜서 일을 알아보다 정말 어쩌다 보니 지금은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많이 만지시던 분이라도 분야에 맞게 번역하고 또 가독성이 좋게 만드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못 해서 등록했고, 지금도 모르는 것이 많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임윤 님의 가이드를 잘 따라가시면 어느새 통장에 차곡차곡 돈이 들어오실 거예요 ^^ 부디 건강도, 재력도 가득가득 채워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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