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를 가장하여 올려보는 도전! 버녁가 1년차의 영업.txt

여러분, 혹시 한산번 랜딩 페이지 첫 줄에 있는 문장 기억나십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이 문장입니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편한 시간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산업번역의 매력."

가입 전엔 그냥 마케팅 문구라고 생각했는데요(그렇지만 저기에 홀려서 가입후 결제까지 마침),
가입 후 1년이 지난 지금 휴가도 뭣도 아닌 아무 날의 평일에,
집을 떠나 통유리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의 숙소에서 후기 시작 부분을 쪘고
마리나베이샌즈가 보이는 싱가포르 모처의 호텔방에서 후기의 중간을 찌다가
남들은 한참 자고 있을 이 시간에 하라는 일은 안 하고ㅋㅋㅋ 후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저를 보면
아, 저게 이런 의미였구나 새삼 실감하게 되네요.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거,
오...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smooth like butter한 후기를 많이 올려주셔서
저는 이벤트 참여를 가장한, 도전! 버녁가 1년차의 소회 및 개인적인 FAQ를 나름대로의 양식으로 써 보려고 합니다.

_그래서 얼마 버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랜서는 월 수입 평균값이라는 게 의미가 없다, 월별 격차가 크다,
아무리 얘기해 줘도 결국엔 듣고 싶은 것만 듣더라구요-_-
저는 다음 세 가지 대답을 상황에 따라 적당히 돌려가며 씁니다.

1) 제 또래 직장인들 버는 것만큼 벌어요. 근데 출퇴근은 안 하니까 허허...
2) 종소세 과세표준 세율 보니까 24% 되는것 같더라고요 올해엔 35%로 올리고 싶어요 허허...
3) 저 조만간 에스토니아에 디지털 노마드 비자 신청하려고요 허허...

그렇읍니다 마지막의 소울리스한 웃음이 포인트입니다(...)

_전문분야
저는 사실 전문분야가 없습니다. 정말 general 수준의 일감만 받아서 일합니다.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싶었던 분들이라면 아마 의학이나 법률 분야가 요율이 높다더라,
요즘은 게임 번역이 돈이 된다더라 하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치만 잠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생각을 좀 달리 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는...요율은 높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검색하느라 시간 다 잡아먹는 일을 한시간동안 100단어 하느니
"자세한 사항은 이곳에서 확인해주세요" 같은 일을 한시간동안 500단어 하고 돈을 더 벌고 싶습니다만.

그리고 전문분야라는 게, 내가 찾는게 아니라 한산번과 에이전시와 고갱님이 찾아주는 것이더군요ㅎㅎ
에이전시에 등록 후 일감을 받기 시작하고, 안정적인 아웃풋을 내는 버녁가라고 판단이 되면
피엠들이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일감을 다양한 모양새로 소량씩(200단어 내외) 찔러오거나
대놓고 님 이 분야 프로젝트 샘테 한번 보실? 이렇게 물어오거나
갑자기 일감이 밀려오거나 다른 작업자가 domang간 혹은 잘린 프로젝트의 일부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이때 저의 결과물이 피엠과 고갱님 보시기에 좋았더라가 되면 그 분야의 일을 계속 받게 되지요.
저는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장기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었지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화장품 의학 이런건 애초에 관심도 지식도 없는 분야라 패스하고
그나마 엌쾨젘쾨 비벼볼만한 분야가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얼마 전 대장님께 망한 여행분야 샘테를 들고갔다가 "이렇게 번역하시면 안됩니다"라는 코멘트를 들었읍니다ㅋㅋㅋㅋ
광광 울면서 똥을 뜯어고치고 있는 중이지만...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으려고요.
(몇년씩 이 업계 종사하셨던 분들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또 무식해서 용감했네요...)
하다 보면 언젠가 저도 자신있게 빠밤! 하고 내놓을 수 있는 제 분야 하나쯤은 찾을 수 있겠죠.

_통대 안 감?
대장님은 통대를 입에 담는 자 통대구이로 만들리라는 구지가를 부르신 바 있습니다만
스펙과 자격증과 전공에 뇌가 절여진 본투비 대한민국 사회인 1인으로서,
솔직히 통번역대학원 진학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습니다(과거시제 주의).

그래서 저는,
1) 통번역대학원으로 인지도가 있는 국내외 몇 군데 대학교의 홈페이지에서 커리큘럼을 체크하고
2) 이곳에서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이 쓴 논문을 몇 편 살펴본 후
3) MOOC(온라인 공개강좌) 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전공의 입문 격 강의를 몇 차시 들어보고

통대는 나의 필요 및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분명 이러한 교육과정이 필요한 학습자들도 세상에는 존재할 것이지만
어쨌거나 대학원이면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학술적인 접근이 먼저일 것이고
저는 그 학문의 여정에 도전할 학구열이나 에너지 따위 전혀 없는,
학위보단 돈이 몇배는 더 죠은, 그저... 자본주의의 박기볼래이니까요...ㅇㅅㅇ

그렇지만 세상에는 뉴욕에서 출발하여 LA까지 가야하는 상황일 때
각종 세금 포함 10만원만 내시면 A380 1등석 가능! 지금 전화주쎄여!같은 대박 오퍼를 냅다 낚아채는 사람도 있는 반면
굳이 자동차를 구해와서 중간중간 주유소와 숙박업소를 들르며 몇날며칠 운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네...

_번역가로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그렇습니다.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직접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여기서 남산타워 가고싶은데 이거 타고 가면 되나여?' 물어보면 대표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로부터
'ㄴㄴ안됨미다 그거 타면 부천역 감' 이라던가, '엇 가긴 가는데 그거보단 이것을 타시는게 더 빠릅니다',
더 나아가서는 '남산공원 근처에 뫄뫄 돈까스집이 맛있읍니다' 혹은
'제가 보기엔 님에게는 남산타워보다 롯데타워가 더 잘 맞을것 같읍니다' 같은 조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사용자가 최소한 종이 지도 내지는 지도 기능이 있는 디바이스를 갖추었으며
지도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요.
지도 읽는 법을 잘 모르신다고요?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지도가 가독성이 좋은지, 어떤 디바이스가 지도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도 보는 법을 빨리 익힐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한 요령도 교재나 게시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으니까요.

_인생을 바꾼 한국산업번역교육
진짜 인생을 바꿨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솔직히 뭐라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느냐고 누가 물어보면 그건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요.
특히 시간과 돈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아낄 것인가, 시간을 아낄 것인가를 두고 끊임없이 저울질했다면
(대부분의 경우엔 시간을 아끼려면 돈이 들고 돈을 아끼려면 시간이 많이 들죠)
요즘은 '나에게 더 좋은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일에서 내가 주도권과 결정권을 크게 가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일 외의 생활도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쓰고 보니 시간과 돈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 결국 인생이 바뀌는 셈이네요.

아직도 가입을 고민중이시거나 가입한지 얼마 안 되어 이런저런 걱정이 많으신 분들, 일단 도전해 보세요.
궤도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각만큼 길거나 힘들거나 어렵지 않답니다.

맞는 방향으로만 나아간다면, 머지 않아 더 많은 것을 나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인생이 시작될 거에요.

더불어 오늘도 손끝에서 불꽃 튀도록 키보드를 두드리셨을 버녁로동자 동지 여러분,
심신의 건강과 더불어 적일많벌 부귀영화 라이프 다같이 누려봅시다.

올해의 목표는 전문분야 쎄우기+이력서 업뎃하기로 삼고, 전 이만 남은 마감을 하러 가야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BC Hailie Hailie · 2022-04-29 04:28 · 조회 2828
전체 2

  • 2022-08-05 23:37

    공부하기싫고 이력서쓰기싫을때마다 와서 읽습니다... 이글읽으면 힘이나요ㅎㅎㅎ


    • 2022-08-13 01:29

      아앗 보이차님 댓글을 뒤늦게 발견하였읍니다 힘이 난다는 말씀 덕에 저도 힘을 내어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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